8월들어 외환보유액이 많이 줄어들었다.

전달에 비해 낙폭(25억3천만달러)도 유례없이 크다.

금융기관에 12억달러의 예탁금이 지원된데다 환율급등에 따라 15억달러이상
의 현물환이 외환시장에 풀린데 따른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해외자본이 순매도세로 돌아서는등 해외자본유입도 저조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

해외신인도악화의 주범인 금융기관의 부실여신과 부도기업이 속출하는
시장환경이 당장 호전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반해 외환당국은 현재 외환사정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외차입여건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경상수지호조에 힘입어 연말로 갈수록 외환보유액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문제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단계를
지났다.

외환보유액의 절대금액보다는 등락요인이 더 중시된다는 얘기다.

이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는 우리나라 자체를 신용감시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

무디스사는 외환보유액규모에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수출여건과 해외자본유입
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당국은 이에대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반기들어 무역수지가 좋아지고 있고 오는 10월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
에 따른 해외자본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환보유액은 플러스
요인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8월중 통관기준 수출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14.9%인 반면
수입증가율은 마이너스 11.2%를 기록한 점을 들고 있다.

산업 수출입은행등 개발금융기관의 해외차입도 20억달러이상 예정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외화수급의 균형을 이루기에는 실물경제여건이 지나치게 나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아그룹 부도사태이후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이 다분히
경직적이어서 해외차입여건이 쉽게 호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기업들의 연쇄도산에 이은 금융기관의 부실화,금융기관의 보수적인
여신운용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난심화라는 악순환을 치유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말에는 또 일본계 금융기간의 반기결산이 예정돼 있어 상당한 수준의
외화부채상환부담도 안고 있다.

여기에다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에는 그에 따른
현물환매도개입이 수시로 이뤄질 것이고 환차손을 우려한 해외자본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태에서 외환보유액수준이 월수입액의 2.7배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
가 해외금융시장을 상대로 어느정도 신뢰를 회복할지도 의문이다.

만약 외환보유액이 3백억달러이하로 떨어질 경우 상당한 휴유증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과 해외신인도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과 불안한 시장심리간 힘겨루기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