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꺼리고 있다.

한보 기아사태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인도가 하락, 조달코스트
급상승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된데다 현지 금융당국들도 인가 자체를 주저하기
때문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오는 9월말까지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에
"해외점포 신설 신청"을 하도록 돼있으나 대부분 작년보다 신설 점포수를
줄일 계획이며 일부 은행들은 아예 신청계획을 잡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은행은 올해중 한 곳도 해외점포 신설을 신청하지 않을 방침인데 지난해
국내 금융당국으로 허가를 받은 인도뭄바이 지점 설치의 경우 아직까지도
현지에서 인가를 받지 못하는 등 여건이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

상업은행도 지난해 영국에 투자전담 현지법인을 설치하는 것에 관해 재
경원으로부터 인가를 받았지만 여건이 악화돼 무기한 보류했다.

한일은행도 당초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동구지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지역에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해외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의식, 점포 신설을 최소화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작년중 나고야지점 신설과 호지민사무소 지점 승격을 신청했던 조흥은행도
올해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지역 진출을 검토만 할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국민은행은 해외점포 신설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아래 뉴욕및 런던
사무소의 승격 신청만 고려하고 있다.

특히 7~8개 국내은행들은 중국에 점포를 개설하기 위해 현지 당국에 인가
신청을 해놓고 있으나 중국이 인가를 꺼림에 따라 해외진출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제일은행은 자구이행 차원에서 베트남현지법인(퍼스트비나뱅크)과
뉴욕현지법인(잭슨하이츠지점) 등 2개 해외점포를 매각할 계획이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