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29일부터 로드쇼(투자 설명회)에 돌입, 발행을 본격 추진
하고 있는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에 국내외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민감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부문은 발행조건.

외화차입이 뜸하다가 추진되는 탓에 향후 한국물 발행조건 결정때 벤치
마크로 작용,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 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부 은행들은 산업은행의
행보에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만간 해외조달에 나서야 하는데 그 경우 해외투자자들이 산업은행 발행
조건과 비교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이번 글로벌 본드는 기아사태이후 혼미 양상을 거듭하는 우리
경제를 해외 투자자들이 어떻게 평가하는 지의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게다가 출발부터 국내 외화자금난 해소라는 사명이 부여돼 달러사정이
안좋은 기관들로서는 이번 채권 발행에서 눈길을 뗄래야 뗄수도 없다.

이번 해외채권은 산업은행 해외자금 조달역사상 1회 발행으로 가장 많은
수준.

지난해 5월 10년 만기로 발행한 7억5천만달러가 가장 컸으니까 웬만한
기관들이 2~3번에 나눠 발행할 물량을 한번에 증액한 셈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산업은행으로서는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갖고 있다.

10억달러를 다 채우지 못한다면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이 급속 확산될게
뻔하다.

그렇다고 다 채우자니 금리를 더줘야 할 노릇이어서 향후 발행될 한국물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수도 있다.

현재 10년만기 산업은행 채권은 미 재무성채권 금리에 1백25BP(1.25%)를
가산한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보다 40~50BP가 높은 수준이다.

해외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이때문에 10년 만기로 발행될 경우 가산금리는
1백30~1백40BP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풋옵션(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을 부여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금리를 올려 주는 스텝 업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결국 시장 여건과 관계없이 특정한 시기에 물량 전체를 발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코스트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외화자금 조달에 대한 정부 발표는 외화자금난에 대한
심리적 동요를 어느 정도 잠잠하게 만들었지만 향후 한국물 발행조건 악화
가능성으로도 동시에 작용하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