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과잉투자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쟁상대인
일본과 중국의 조선소들도 설비증설에 나서고 있어 세계 조선시장의
과잉공급이 우려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70년대말 조선산업의 과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생산량을 통제해왔으나 최근 운수성이 이를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쓰이조선이 벌크선과 LPG(액화석유가스)선의 건조를 위해
지바의 3도크를 부활시켰다.

가와사키중공업도 2만5천GT(선박총톤수)급 고베작업장을 부활시켰으며
중국에 4만5천톤급 합작조선소를 건설, 98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IHI도 도쿄 1공장의 도크를 2만5천5백GT에서 2만9천GT로 늘렸다.

일본조선소들은 현재 연간 1천만GT의 선박을 건조,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나 유휴시설을 완전가동할 경우 2백-3백만GT의 추가생산여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조선소들도 독자적으로 또는 일본과의 합작을 통해 설비증설에
나서고 있다.

대련조선소가 이미 초대형 유조선(VLCC) 건조를 위한 도크를 신설했으며
정부 차원에서 상해에도 대형 조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1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 일본 한국에 이어
제3의 조선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최근 저임금을 무기로 한국 조선소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극동조선소들이 설비증설에 나선 것은 VLCC를 중심으로 신규발주가
늘어날 것에 대비, 생산시설을 미리 확보하는 한편 한국조선소의 경쟁력이
떨어졌을 때 견제와 추격의 기반을 확실히 마련해 놓자는 의도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설비증설 이후에도 인력확보가 난제로 남아있으며
중국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벌크선 등을 집중 건조하고 있어
아직까지 큰 위협은 안된다"면서도 "이들의 설비증설이 단기적으로는 선가의
상승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세계 조선시장의 공급과잉을 불러올 전망이어서
국내 업계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영훈 기자>

[[ 국내 조선업계의 대응전략 ]]

국내 조선업계의 대응전략은 "고부가가치화"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이"라는 선박의 발전방향에 맞춰 고급 여객선,
초고속화물선, LNG(액화천연가스)선, 원유시추를 위한 셔틀탱커 등
특수선종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선박은
중국 등 저임금국가로 이전시키는 등 해외생산거점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생산측면에서는 생산과정에 로봇 등을 투입해 소요인력을 줄이는 자동화와
선박의 건조기간을 단축시키는 공정혁신이 시급하다는게 중론.

국내 조선산업은 인건비가 원가의 30%를 웃돌 정도로 노동집약적이어서
생산성의 향상 없이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는 실정이다.

조선기자재의 경우 이미 90% 이상을 국산화시켰으나 전자장비 등 일부
핵심품목은 아직도 일본에 의존해 이분야의 기술개발도 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