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마트는 조만간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계획이다.

고객이 진열대에서 물건을 집어 쇼핑카트에 넣기만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카트에 장착된 센서가 바코드를 읽어 계산을 하는것이다.

손님은 카트만 밀고 계산대로 가면 계산서가 이미 나와있다.

이렇게 되면 할인점의 가장 큰 불편사항으로 꼽히던 계산대에서 줄서는
일은 없어지는 것이다.

손님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월마트의 서비스혁신이다.

그렇다고 월마트가 손해보는 것도 아니다.

월마트는 새로운 센서설치비가 들겠지만 계산대의 인원을 대거 줄일수
있고 고객만족을 통해 새로운 매출을 올릴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상식으로 알려진 병원과
은행에 이런 상식을 파괴하는 시간서비스가 선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은행은 작년 10월부터 새로운 업무방식을 도입했다.

송금 예금같이 업무별로 나누어진 창구를 융자등 상담창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원화했다.

업무를 뛰어넘는 창구를 만들어 어떤 창구는 붐비는데 옆창구는 비어있는
비효율을 없애 이런 시간절약서비스가 가능했다.

또 지바현 가모가와시의 가메다클리닉에서는 진찰실 조제실 계산
예약센터등의 컴퓨터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환자의 대기시간을 단축시켰다.

고객들은 계산대기시간 약수령대기시간 진찰후대기시간등 약2시간에서
2시간 반을 절약할수 있게 됐다.

"시간은 돈이다" "이제는 상품이 아니라 시간이다"

모두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시간을 절약해주는 서비스를 점점 중시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발맞춘 시(시)테크마케팅이 미국 일본만이 아니라
국내유통업체와 서비스업체에서도 도입되고 있다.

할인점 E마트는 계산착오로 손님이 시간을 빼앗기면 5천원을 보상해주고
있다.

구매금액이 5천원이하면 아예 돈을 안받는다.

고객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은데 대한 사죄의 의미를 돈으로 보상하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점심식사때 주문한지 한시간이내에 후식까지 모두
제공되지 않으면 음식값을 안받는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런치"라는 서비스를
이달부터 도입했다.

직장인들이 제한된 점심시간동안 식사를 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는게 이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시간보상서비스는 은행에도 도입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번호표를 받고 5분이상 기다리면 1천원을 보상금으로 주고
있다.

시간보상서비스를 가장 먼저 실시한 조흥은행은 "옐로우카드"와 "전화로
전화요금납부서비스"를 개발해 운용중이다.

옐로우카드는 대출할때 직원이 실수로 필요서류를 두번이상 요구한다든가
대출해주기로 약속한 날 대출을 해주지 않으면 3개월간 송금수수료와
자기앞수표발행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전화한통화로 전화요금을 낼수 있는 서비스도 전화요금내러 은행에 가고
또 은행에 가줄서서 기다리느니라고 빼앗기는 고객의 시간을 절약해주기
위한 것이다.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 와서 시간을 빼앗기지 말고 덜붐비는 시간에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분산마케팅"도 인기다.

LG마트는 오후1시에서 3시까지를 "해피아워"로 정해 이시간에는 물건값을
10~40%정도 깎아준다.

마크로일산점은 오전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동안 초저가판매를 한다.

한화스토어 역시 금 토 일요일 3일간 오전 11시 오후3시 두차례에 걸쳐
야채 청과 생선등의 식품을 한정판매한다.

피자헛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해피데이세트"라는 이름으로
40%를 할인해준다.

LG슈퍼마켓은 계산대중에서 익스프레스라는 계산대를 만들어 2천원이하의
소액구매자들은 별도로 값을 치르게 하고 있다.

금방 계산이 끝나는 금액인데 길게 줄서지않게 하겠다는 배려다.

아예 고객의 시간을 벌어주는 각종 대행서비스도 인기다.

쇼핑을 하러갈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부부를 위해 시장을 대신 봐주는
업체가 등장하는가하면 서류를 대신 전달해주는 퀵서비스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길다랗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은 붕괴되기 전 사회주의국가의
상징이었다.

그곳에선 시간이란 보이지 않는 재화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른 공급이 제한된 사회주의의 특징이었다.

자본주의에서도 공급독점시대에는 줄서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었다.

관청 병원 은행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규제가 완화되고 수요와 공급이 서로 충분한 완전경쟁시장에서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수요자에게 기다리라고 하는것은 난센스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이상 기다림은 없다"

시간마케팅이 새로운 서비스방법으로 떠오르면서 나온 말이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