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홍회장이 채권단에 사표를 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임창열
통상산업부장관은 김회장의 사표를 받겠다는 채권단의 방침에 적극 동의하고
나서 기아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김선홍회장은 16일 저녁 기아그룹 기자실에서 사태발생 한달만에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기아회생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혀 채권단의
사표제출 요구를 받아들일 뜻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회장은 17일 중국 합작공장 준공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앞서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아그룹은 지금 비브리오균에 집단으로 식중독이 걸려 있는
상태"라며 "화타와 같은 명의는 없다 하더라도 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이 이
병을 고쳐 놓고 그 다음에 잘 잘못을 따져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회장은 또 "젊은 사람들이 전부 한번 해보겠다는데 나도 어드바이서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기아의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면서 자구노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호주 통상장관회담을 마치고 16일 밤 귀국한 임창열 통산부장관은
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평생을 자동차산업에 바친 김회장답게 마음을 비우고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임장관은 "채권은행단의 도움없이 기아의 회생은 어려운 만큼 채권은행단에
협조하는 것이 기아를 살리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장관은 "3자 인수계획은 없다는 점을 재경원장관과 본인이 공식적으로
밝혀 왔다"며 "이제 이를 이유로 정부의 기아살리기 의지를 계속 의심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임장관은 "자구노력을 성실히 해서 기아의 회생기미가 보이면 채권은행단도
김회장을 붙잡을 것"이라고 말해 선사표, 후정상화의 채권단 요구에 동의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이동우.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