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기아자동차 방문으로 수습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기아처리문제가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한때 조건부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선홍회장이 불가입장을 고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 정부 채권단이 이구동성으로 기아자동차의 제3자인수 불가를
천명하고 사표도 자구이행여부에 따른 조건부라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불구,
기아측의 태도는 여전히 완강하기만 하다.

결국 기아해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그 부담은 기아측에 고스란히
남게 됐다.

게다가 조만간 채권단의 자금관리단이 기아그룹에 파견될 예정이어서
기아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표제출을 유도하기 위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 왔던 정부와
채권단은 다시 강경한 자세로 돌아설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채권단은 다른 것은 몰라도 사표문제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회창대표가 지난 14일 기아자동차 광명공장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선홍회장이 이날중 조건부사표를 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는 임창열 통산부장관, 신한국당의 서상목의원, 김선홍회장이 최근 만나
<>기아그룹의 제3자인수를 배제하고 <>김회장이 사표를 제출하되 수리하지
않고 <>김회장책임아래 경영을 정상화시킨다는 내용에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이에따라 "김회장 조건부사퇴->채권단 자금지원->부도유예협약 종료후
자동차전문 기업군재편->김회장중심의 경영정상화"를 골간으로 한 시나리오
가 확산돼 나갔다.

때맞춰 채권단은 그동안 긴급자금지원을 전제로 파견키로 했던 자금관리단
을 다음주중 기아그룹에 내보낸다고 발표,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막상 기아그룹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기아측은 정부나 채권단의 입장이 예전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변
했다.

기아그룹 관계자는 "한마디로 새로운 것이 없다"며 "기아는 끝까지 김회장
을 중심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태도는 그동안 묵시적인 교감속에 기아해법찾기에 열중해 오던
정부 신한국당 채권단의 움직임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은 격이 돼버렸다.

따라서 앞으로 기아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직간접적인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부도유예협약 종료기간이 다가올수록 기아가 불리한 입장에 처하는
만큼 다음달께 다시 막판절충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이 경우 다급한 입장에 처한 김회장이 협약종료와 동시에 조건부사표를
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거나 기아는 김회장이 중심외 돼 ''자력으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 결과가
됐다.

채권단과 정부의 자세가 더 강경해지고 하청업체의 부도가 확산되는 가운데
기아의 홀로서기가 얼마나 갈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