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의 상반기 영업실적은 상장사들이 여전히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2년연속 감소세를 나타냈고 매출액 증가율도 둔화된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2월결산 상장회사들의 영업실적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됐던 지난해보다도
더 악화됐다.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26%, 20.6%씩
감소하는 부진상을 보였다.

올해 이익감소폭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어 다소 위안거리로 삼을 수도
있겠으나 2년연속 수익이 감소했다는 점은 기업경기가 아직도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기업들의 수지악화는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대비 경상이익율은 2.7%이다.

1천원어치 물건을 팔아 27원의 경상이익을 남겼다는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의 31원(3.1%)보다도 낮아 기업들이 올해도 실속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회사의 평균 주당순이익(EPS)도 6백10원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
(6백86원)보다 11% 줄었다.

상장회사들의 이같은 실적부진은 무엇보다도 국내경제의 견인차역할을 해온
대기업의 영업부진에서 비롯됐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매출과 이익을 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지난해 상반기보다 늘어
대조를 보였다.

반도체장비 의료기기 정보통신등 첨단분야의 중소전문기업들이 경기침체속
에서도 급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 5천3백73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던 삼성전자는 D램가격 급락
으로 경상이익이 절반이상 줄었다.

LG반도체 현대전자의 경상이익도 급감했다.

상장회사중 자본금규모가 가장 큰 한국전력은 경상이익이 60% 가까이
감소한 1천7백여억원 수준에 그쳤다.

삼성중공업 선경인더스트리 삼성항공등은 큰폭의 적자를 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등 완성차업체들도 판매부진으로 경상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포항제철 LG전자 삼성전기 유공 쌍용정유 세원 롯데제과 태평양 등은
이익이 늘어나 대기업의 체면을 살렸다.

업종별로는 석유정제 시멘트 제약 정보통신 건설 등의 업종호전이
두드러졌다.

석유정제는 설비증설에 따른 매출증대와 판매가격인상으로 수익성이
호전됐다.

시멘트는 올해초 판매단가가 올라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의 경우 이동전화사업에 따른 관련기기 매출증대로 실적이 개선
됐다.

건설업은 공공공사수주 확대와 아파트분양 호조로 매출액및 경상이익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종과 전자 자동차등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전자업종은 가전등의 수출채산성 개선에 힘입어 LG전자등 가전부분이
좋아졌으나 반도체 수익악화의 여파가 매우 커 전체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자동차부품은 완성차메이커의 판매부진과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의
여파로 실적이 대체로 부진했다.

조선업은 수주량이 급증하고 있으나 선가가 회복되지 않아 수익성 개선
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금융업의 실적악화가 두드러졌다.

기업들의 부도여파로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대손상각이 급증한 탓에
대부분 수익이 나빠졌다.

과거엔 경기침체기에도 금융업은 흑자경영을 했던 경우가 많았던 점에
견주면 이번 경기침체와 부도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엿보게 한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