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이달부터 일체의 구속성예금을 금지하고 한시적인 예대상계를
허용함에 따라 기업들은 대출금리가 아닌 예금금리로 1조9천억원이상의
대출금을 갚을수 있게 됐다.

또 대출금 감소에 따른 담보여력의 확충으로 6천억원이상의 신규 대출을
받을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금융비용은 연간 2백3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
된다.

은감원이 이번에 구속성예금(일명 꺾기)를 근절키로 한 것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는게 사실이다.

현재 금융관행의 성숙도와 기업들의 전반적인 재무상태를 감안할때 성급하다
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감원의 이준근 금융지도국장은 "구속성예금 수취허용기준의 폐지는
기본적으로 금융자율과 금융개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단계 금리자유화 이후 은행이 대부분의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 상황에서 과거 규제금리제도하의 구속성예금은 존립근거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구속성예금의 폐지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꺾기"라는 불공정 금융관행에 따른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자금난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은감원은 특히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이후 "추석 자금대란설"까지
나도는 상황인 만큼 구속성예금의 폐지는 더이상 미룰수없는 과제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과 기업간 금융거래는 "주고 받기"식의 패턴을 탈피,
기업의 신용이나 대출기간에 따라 금리가 차등적용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또 음성적인 협상및 청탁을 통한 대출과 그 대가로 구속성예금이 강요되는
부조리한 금융관행은 더이상 발붙이기 어렵게됐다.

한편 은행입장에서는 담보가 모자란 기업에 무턱대고 돈을 빌려줄 수는 없는
만큼 담보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난이 더욱 심화될 우려도
없지않다.

게다가 구속성예금이 음성화돼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시적인 수신 감소및 예대마진의 축소로 은행경영 수지에도 상당한
압박을 가할게 틀림없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각종 수수료 인상이나 대출이자의 차등화 등을 통해
손실분을 보전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 꺾기란

구속성예금(꺾기)는 은행대출금의 일정비율을 강제로 예금해야 하는
금융거래를 의미한다.

이는 만성적인 자금초과수요 상태에서 뿌리깊은 금융관행으로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구속성예금이 금지됨으로써 기업여신의 50%까지 구속성예금을
허용했던 지난 88년이후 9년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구속성예금은 가입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많은
부작용을 야기해왔다.

은행은 거래기업에 대출해주는 대신 대출금 일부를 예금에 들도록 강요,
표면상 나타나는 대출금리 이상으로 실질금리를 인상한 효과를 거뒀다.

기업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싼 금리를 지불한 셈이다.

구속성예금이 발생한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부동산 등 물적 담보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써야
했다.

또 은행들은 자금수요가 항상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부족한 대출재원을
마련하고 수신고를 올리기 위해 꺾기를 이용해왔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