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전자(사장 허진호) 제품기획팀(연구소)의 김과장은 이번달부터
상품기획팀(영업부)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됐다.

신상품의 개발기간을 단축하기위해 양 부서를 최근 통합해버렸기 때문이다.

연구소직원들은 제품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과 아이디어를 영업팀과
즉시 토론할 수 있게 됐다.

영업팀도 마찬가지다.

일선에서 듣는 소비자들의 요구나 불만을 "거르지 않고" "신속하게"
개발부문에 피드백 시킬 수 있게 됐다.

과거엔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별도의 조직횡단팀이 필요했지만
부서가 통합된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해태전자가 "조직통합"이란 중대한 결정을 단 이틀만에
내렸다는 점.

이는 "워크아웃 미팅"을 통해 의사결정단계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종전같았으면 이 정도 사안이면 한달 정도는 걸려야 했다.

기안에서 담당 부서장, 임원, 사장에게까지 줄줄이 보고되고 결재가
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크아웃 미팅"은 앉은 자리에서 바로 결론이 나온다.

사원들의 토론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가 즉각 경영에 반영된다.

해태전자는 이를 지난 6월초부터 시행중이다.

[[ 워크아웃 미팅이란 ]]

사전적 의미는 "끝장을 보는 회의"라는 뜻이다.

즉 회의참석자들이 주제를 선정해 구체적인 개선대책을 의사결정권자에게
제시하면 개선책 실시 여부를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즉결식 회의시스템이다.

이는 미국 GE의 잭웰치 회장이 기업문화혁신을 위해 주창한 혁신
수단이기도 하다.

워크아웃 미팅을 조직 전체적으로 보면 시간과 노력의 낭비를 없애고
계층간 부서간 장벽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해태전자는 평사원이나 일선부서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개별적인 혁신의
경험을 "즉시" 전사적으로 제도화하는 수단으로 워크아웃미팅을 택했다.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 프로세스 ]]


"제품개발기간단축"을 주제로 최근 열렸던 워크아웃미팅을 보자.

각부문 간부사원 41명과 임원 8명이 참석한 워크아웃 미팅은 무려
30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거쳤다.

브레인 스토밍을 위해 각 조는 서로 다른 부서 소속 인원으로 구성됐다.

예컨대 영업, 개발, 관리, 마케팅이 하나의 분임조를 이루는 식이다.

"개발과정에서 일종의 시험생산인 파일럿 생산단계를 아예 생략하면
어떻겠느냐"(1조)

"연구소와 마케팅팀을 통합운영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자"(4조)

"양산에 들어가기전에 개발관련 자재를 연구소에서 일괄구매하자"(2조)

이처럼 여러가지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회의가 끝난 후 전 간부진은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최종회의에 들어갔다.

여기선 토의 결과에 대한 즉각적인 가부결정이 내려진다.

"된다" "안된다"가 그 자리에서 결판난다.

이날 회의에선 전체 7개의 제안중 6개가 통과됐다.

[[ 워크아웃 미팅의 효과 ]]

제품 개발기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개발과정에서 거치는 60여개의 공정중 상당부분이 생략됐다.

의사결정과정을 단축한 것은 가장 큰 효과.

보통때라면 서류를 기안해 결재를 올리는 데만 한달 이상 걸리던 것을
정확히 이틀만에 끝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조직내 침묵의 문화를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문화로 바꿔놨다"(잭 웰치 GE회장)는 점이다.

워크아웃 미팅은 그 자체로 부서간 벽을 허무는 혁신의 출발점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 문제점은 없나 ]]

물론 의사결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질 위험이 있다.

즉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충분한 토론없이 즉흥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업무 진행과정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즉 워크아웃 미팅의 주제선정을 명확히 하고 그 틀에 따라 논의를
집중시키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