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가 미국의 한국산 컬러TV 반덤핑규제를 WTO에 제소함에 따라 첫
당사자회의가 7일 제네바 WTO사무국에서 열린다.

우리가 대미통상문제를 WTO에 상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에 관한한 수세일변도였던 통상정책을 적극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할수있다.

컬러 TV에 이어 반도체도 같은 절차를 밟고있다.

이제 WTO제소는 통상마찰에 임하는 우리정부의 기본전략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이번 첫 회의를 계기로 WTO제소를 통한 통상마찰의 해법수순과 이번
제소의 진행상황과 향후 전망등을 점검해본다.

<>한국정부와 업계의 입장 =미국은 그간 반덤핑 규제의 기본취지를
무시하면서까지 한국산 컬러TV에 대해 무차별적인 규제를 지속해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6년간 미소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후 6년간은 아예
직수출을 중단했다.

그러나 미국은 삼성전자에 대해 덤핑관세를 철회하지 않고 있으며
상황변화에 따른 재심요청에 대해서도 규정된 기간(3백65일)을 넘기면서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3년 동안 0.5% 이하의 미소마진 판정을 받을 경우 반덤핑 규제를
철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

이는 WTO반덤핑 협정의 기본정신에 어긋날 뿐더러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조항에 위배된다.

<>제소의 근거 =WTO 11조 1항과 2항의 근거규정.

즉 덤핑규제는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하며 규제요건이 사라졌을
경우 각국 정부는 철회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WTO의
규정이며 기본 정신이다.

<>미국의 속셈 =한국산 컬러TV가 현재는 덤핑혐의가 없지만 앞으로의
"개연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덤핑규제를 풀 수 없다는 입장.

지난해 1월부터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한국산 컬러TV에 대해서까지
우회덤핑혐의를 걸어 조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실제 미국의 노림수는 다른 데 있다는 게 한국정부와 업계의
판단이다.

즉 현재의 TV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개발될 HD(고선명)TV나 PDP(플라스마
액정판넬)TV 등 차세대TV에 대한 규제를 노리고 있다는 것.

이같은 유망사업에 대해 한국기업들이 경쟁자로 부상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보자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미국정부는 전기전자관련 노동조합들의 외국산가전제품의 수입에
대한 과민반응 의식하지않을수없고 그 결과가 무리한 반덤핑규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더욱이 멕시코산 삼성TV에 대한 통상시비는 미국 스스로 주도해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기조에도 맞지않다.

이 문제는 지금 멕시코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정도여서
미국의 행위는 명분과 논리를 잃고있다는 지적이다.

<>제소절차 =제소가 있을 경우 패널 설치에 앞서 최소한 60일간 당사자간
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분쟁해결기구인 DSB(Dispute Settlement
Body)에 패널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패널은 이해관계가 없는 3인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패널판정에 불복할
경우 다시 상소가 가능하다.

<>앞으로의 전망 =협의요청에서 DSB의 최종결정까지는 평균 15.3개월이
걸린다.

단기승부가 아닌 장기레이스란 얘기다.

그러나 현재로선 한국정부와 업계의 입지가 상당히 유리하다.

우선 지금 시점에서 아무런 덤핑혐의가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한 근거다.

미국이 주장하는 "개연성"만으론 패널들의 덤핑 규제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기 힘들것으로 전망된다.

7일 제네바의 첫 회의는 WTO제소에 따른 첫번째 절차로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회의에서 구체적인 합의나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