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25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전경련 주최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에 연사로 나와 "애국적인 봉사집단이었던 기업이 다시 신념과
용기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전의 의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요약한 강연.

내용과 김회장이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

우리 경제의 거시환경을 규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세계화다.

시장경제원리가 전세계를 관통하는 새로운 규범으로 정착되고 새로운
국제질서의 중심어로 떠오른 가운데 경제력이 새로운 국력의 척도로
통용되고 있다.

국가 기능의 핵심은 이제 명백히 경제로 이전됐다.

정치적 리더십마저도 경제와 경영마인드에 의해 평가받게 됐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와중에서 우리의 현실은 미처 정비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세계의 흐름에 둔감한 상태다.

특히 올해들어 우리 경제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경제현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컨센서스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우리 경제의 잠재력에 대한 확신과 기업의 세계화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이럴 때 항상 변화와 혁신의 전위를 담당해온 재계가 희생의 각오로
앞으로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계의 단합과 솔선수범이 긴요할 것이다.

산업구조조정, 작은 정부, 규제혁파, 금융개혁 등 우리 경제의 현안 역시
모든 경제주체의 참여하에 컨센서스를 모아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 기업은 개발연대를 앞장서 리드해왔으며 국익수호를 위해 헌신해 온
애국적인 봉사집단이었다.

지금의 현실은 기업의 이런 헌신을 요구하고 있다.

주위의 사시나 폄하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경제발전을 주도해온 재계가
다시금 신념과 용기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전의 의지를 모아야 할 때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기아문제를 자동차산업의 전체 문제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중국 러시아 동유럽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현지생산, 판매를 하면
얼마든지 활로가 있다.

중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들어서면 미국 시장과
맞먹는 규모가 된다"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금융권의 구조적인 문제에 결정적인 원인이 있다.

금융기관들도 이번 부도사태를 계기로 관치금융의 오명을 벗고 자율경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내년 연말께부터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99년에는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의 톰슨 인수는 무산된 셈인가.

"끈질기게 인수를 추진할 것이다.

톰슨가전 부문과는 단계적으로 전략적 제휴관계를 지속해가고 지분도
조금씩 늘려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