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초.

대한항공 재고관리 부서에 비상이 걸렸다.

컴퓨터 경영상황판에 "위험"을 알리는 빨간색 경고등이 켜진것.

비행기 부품이 창고에 머물고있는 기간이 정상보다 훨씬 길어져 경영에
마이너스요인이 된다는 뜻이다.

에어버스 보잉 맥도널더글라스등 각 기종의 공장별 재고회전율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조기경보시스템(EWS)의 레이더망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컴퓨터를 통해 상황이 경영진에게 알려지고 즉각 대책마련지시가
떨어졌다.

그보다 더 빨리 움직인 것은 경영진과 같은 시간에 상황을 알아차린
실무부서.

경고등이 들어오자마자 문제점 파악에 나섰고 각종 개선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EWS란 이같이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상황발생과
동시(리얼타임)"에 보여줌으로써 최선의 경영판단을 유도하는 장치다.

군사적 목적으로 주로 활용되고있으나 요즘 미국의 일부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기아 진로 대농 한보 한신공영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이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대한항공 외에도 동아건설 포스코개발 아시아나항공 농심등이 이러한
장치를 구상중이다.

이 시스템의 주목적은 최고경영자가 최단시간내에 정확한 정책결정을
내리도록하자는 것이다.

톱매니저의 컴퓨터 종합상황판에는 경영환경변화가 일목요연하게 떠오른다.

특히 비상사태와 그 요인을 쪽집게처럼 끄집어내 경영자의 순발력있는
판단을 돕는다.

중간관리층 이하의 직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최고경영자와 동시에 현황을 읽어내고 일찌감치 대책을 준비할수있다.

예컨데 운항부문내 승무원과부족률이라는 세부 체크포인트에 빨간등이
들어오면 최고경영자 해당부서는 물론이고 인사팀에서도 이를 파악,
인력채용계획을 준비한다.

온라인으로 경영현황이 뜨기 때문에 경영정책의 시차(Time Lag)를 없앨수
있는 점도 자랑이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체크포인트를 제대로 정하는게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체크해야할 핵심부문을 재무 영업 정비 운항 객실 항공우주사업
등 9개로 나누고 그 아래 주요 체크포인트 41개를 두고있다.

재무부문에는 세부 체크포인트로 금리 환율 유가가 있어 매일 변화된
내용과 추세선이 나타난다.

녹색(레벨 1) 노랑(레벨 2) 빨강(레벨 3)의 위험도수준을 적절히 정하는
것도 긴요하다.

위험도등급을 너무 높게 매기면 경영상태는 항상 불안하다는 진단이
내려질 것이고 비현실적인 지표에 맞추느라 진땀을 뺄게 뻔하다.

대한항공은 호텔예약율의 경우 성수기와 비수기, 평일과 주말등으로
나눠 레벨을 조정하고있다.

데이터베이스등 컴퓨터망은 조기경보시스템의 기본.

영업실적 예약률등 각 부문별 새로운 데이터가 조기경보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자동으로 축적된다.

그러면 과연 EWS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답은 "예스"다.

대한항공은 짧은 기간 운영해 봤는데도 수지개선 효과를 봤다고 판단한다.

부문별 생산성이 높아졌고 필요한 분야에 경영자원을 재빨리 투임함으로써
수익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지난 5월 빨간색이었던 몇몇 부문은 이제 녹색으로 변했다.

유가 환율 금리의 변동에 따른 위험도 효과적으로 분산되고 고객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대한항공은 평가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