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24일 강경식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으로부터
기아그룹 부도유예경위와 대책을 보고받고 정책질의를 벌였다.

여야의원들은 특히 기아사태의 원인과 책임소재, 처리방향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신한국당 박명환 의원은 강부총리가 "노조의 영향력이 강했던 것도 경영
애로를 가중시킨 요인"이라고 보고한데 대해 "기아노조만큼 애사심이 있는
노조도 없다"면서 "노조는 방만한 기업운영을 한 경영진에 맞선 것뿐이므로
경영진이 모두 퇴진해야 한다"고 노조측을 옹호했다.

그러나 자민련 어준선의원은 "노조가 동종업계의 임금인상을 선도해 왔다"
며 "노조의 활동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사회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제정구의원은 "노조나 임원들의 일치된 주장은 현경영진을
고수하게 해달라는 것인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임원들이 국민
기업이라는 허울을 이용, 특혜를 달라고 부탁하는데 상당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이상수의원은 여권의 인사개입이 기아를 망친 원인이라며 정치권,
특히 여권핵심부의 책임을 거론했다.

이의원은 "노조책임을 1백%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권의 인사개입으로
기아가 정상적인 경영을 못한 게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한국당 이명박의원은 "기아사태는 결국 기아임직원 모두의 자업자득이며
자금지원을 하고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해서 살아나기도 어렵다"는
비관론을 개진한뒤 "자동차산업전략차원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의 향후 처리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국민회의 김원길의원은 금융권에 진성어음 할인등을 "독려"하는 것보다
정부가 기아를 부도처리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 한국은행 특별융자지원을 통한
"회생"을 주장했다.

박명환의원은 "기아같은 회사가 죽으면 한국사회에 희망은 없다"며
"기아가 군살을 빼 자동차 전문업체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비자동차관련 계열사의 분리를 주장했다.

제정구의원도 "오너가 없다고 국민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자동차는 살리고 그외 부분은 과감히 정리해 전문화돼야 국민기업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수의원은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기아를 제3자에 인수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음모설을 제기하고 3자인수추진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강부총리는 이에 대해 "2개월 유예기간동안 자구노력 등 경영개선정도와
평가기관의 분석결과 등을 통해 채권금융기관대표자회의에서 처리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원칙적 입장만을 거듭 피력했다.

<허귀식.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