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도안은 화폐의 품위를 높이고 액면을 식별할수 있게 함은 물론
위조방지요소로서도 큰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화폐도안은 크게 소재와 문양으로 나눠지지만 엄밀하게는
색상과 크기도 포함된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재다.

도안소재로는 흔히 인물상 건축물 자연경관 동.식물등이 많이 쓰이는데
최근엔 기하학적 구성이나 예술작품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가운데 앞면 소재로는 인물초상이, 뒷면 소재로는 건축물 동.식물
기하학적 구성등이 주로 사용된다.

예를들어 G-10국가의 경우 총60개 지폐권종 가운데 55개(91.7%)에서
인물초상이 앞면 주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뒷면 소재로는 인물 건축물 동.식물소재가 20%가량을 차지하고 기하학적
구성이나 실험도구 상징물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주화(동전)의 경우에도 앞면은 인물초상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다음으로 식물 동물등의 사용빈도가 많다.

뒷면은 액면과 연도만을 표시한 것이 가장 많으며(36%) 액면외에
동.식물(35%)이나 각종 상징물(13%)을 사용하기도 한다.

인물이 도안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로마시대부터 신의 두상이나
황제등 절대권력자의 초상을 화폐에 그려넣음으로써 신이나 절대권력자가
권위와 신용으로 화폐의 가치를 보증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됐다.

근대 유럽의 경화에 등장하는 군주상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그 나라를 대표하면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으로 화폐의 품위와 신뢰를 제고시킬 뿐만아니라 현실적으로
위조여부를 식별하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최근엔 과거 인물초상의 주류를 이뤘던 정치인(국왕 포함)의 비중이
줄어드는 한편 화가 음악가 건축가 작가등 문화예술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권위주의적이고 획일적인 가치관이 퇴조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여성의 지위향상으로 호주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등의 지폐에서는
여성초상이 채택되고 있다.

아울러 인물초상은 일부 입헌군주제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망한
사람을 소재로 삼는다.

생존인물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사후에나 가능하며 정치적인 오해의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물상은 도안선택과정에서 건축물 자연풍경등에 비해 논란의
소지가 큰데다 도안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도 훨씬 많아지는 단점도
있다.

한편 뒷면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로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적
건물 국립공원등을 비롯,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좋아하는 동물이나
식물, 중요 인물이나 예술가의 업적 또는 작품등이 많이 채택된다.

<여운선 한국은행발권부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