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을 미리 내 기아의 숨통을 틔워 주자"

기업이 부도위기에 몰렸을 경우 물품대금 상환을 꺼리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

그러나 부도유예협약에 몰린 기아자동차의 일부 고객들이 할부금을 기일전
에 자진 납부하거나 남은 할부금을 일시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기아살리기
운동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 기아그룹에 따르면 이같은 고객들의 할부 자진납부에 힘입어 기아차의
판매대금 회수실적은 부도유예 결정 이후인 16일 1백18억원, 18일 1백27억원,
19일 1백56억원등 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이달들어 지난 15일까지 하루평균 수금액 92억4천만원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특히 토요일인 지난 19일에는 1백56억원이 걷혀 평소 80억원대의 토요일
수금액에 비해 두배 가까운 회수실적을 보였다.

88년 프라이드를 사면서 "기아팬"이 됐다는 김수길씨(42.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국민기업인 기아가 위기상황에 처한 것이 안타까워 여름휴가
보너스를 털어 6개월 남은 할부잔액을 한꺼번에 냈다"며 "기아가 오뚝이처럼
다시 서는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판매 관계자는 "일부 고객은 할부금을 일시에 상환하면서 내지
않아도 되는 할부이자까지 함께 내는 경우도 있다"며 "반드시 회생해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윤성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