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대자동차 회장등 자동차 공업협회 임원진들이 19일 임창열
통산부 장관과 강만수 재경원 차관을 잇달아 방문했다.

관심을 끄는 행보였다.

표면적으로는 기아그룹 하청업체에 대한 정부지원을 요청하는 자리였지만
시중에 나도는 시나리오설등 기아그룹의 장래등에 대한 논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자동차 업계와 삼성자동차의 치열한 물밑 싸움이 진행되는 중이어서
정부 의중을 탐색하자는 업계의 목적도 있었다는 얘기다.

참석자들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협회측 참석자들은 포항제철이 기아에 대해
철강재 공급을 중단키로 한 것이 정부가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진행하는
일이 아니냐고 강력히 항의했다는 것.

협회측은 포철이 철강재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기아를 죽이자는
것이고 이는 곧 (삼성의) 인수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일 수도 있다는
논리를 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재경원측은 "포철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 즉각 시정된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정부와 전혀 무관한 일임을 거듭 강조했다.

협회측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재경원도 자동차 업계에 대한 상당한 불만을
피력했다는 후문.

강차관은 자동차 업계의 싸움이 언론에 확대 증폭되어 보도되는 등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의 투쟁을 하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하는 역공세를 폈다.

강차관은 또 자동차 업계가 기아그룹의 장래에 관해 터무니 없는
시나리오설을 흘리는등 업계의 대응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며 정부는 절대
중립이라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