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은행단이 기아그룹 앞날을 어떻게 그려놓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룹 전체로 새 주인을 찾게할 것인가, 아니면 그룹을 분해해 제각각
임자를 찾아줄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경영진만 교체하는 선에서 현
소유구조를 유지시킬 것인가.

경제계는 기아의 향방이 재계의 판도까지 뒤흔들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들을 표명하고 있다.

더욱이 기아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둘러싼 대그룹간의 암투가 벌써 2년여
전부터 진행돼온 점을 고려하면 기아의 앞날은 재계와 은행 정부가 얽히고
설켜드는 복잡한 방정식과도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아의 앞날은 대략 세개의 카테고리로 예측되고 있다.

우선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해법은 그룹을 대폭 정리한 다음
기아자동차의 전후방 기업만으로 새로운 소그룹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경우 소유구조는 현재의 분산구조가 유지된다.

대개 정부와 채권금융단은 이같은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되고 있다.

이는 부도유예협약의 원래 취지도 그렇거니와 종업원지주회사의 이미지가
강한 기아를 어떤 형태로든 존속시켜야한다는 일반론에 기대고 있다.

특히 기아를 특정 그룹이 인수할 경우 발생할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정부 주변에서 이런 방안이 타진되고 있다.

그러나 체제유지를 골자로 하는 이런 방안이 현실로 되기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예를들어 기아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정작분할 매각할 물건 자체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자동차의 광주공장부지등 부동산매각을 통한 현금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같은 경기침체기에 수천억원상당의 부동사을 누가 사겠느냐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방안이 일괄매각이다.

기아그룹 전체를 현대든 삼성이든 엘지든 다른 대형그룹에 통째로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 대경화성 기아정기등은 대부분 적자 기업이기
때문에 기아자동차와 공동운명으로 묶여 있다는게 재계쪽의 견해다.

이같은 일괄매각 또는 제3자인수방안이 재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방안은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에 따른 여론의 반발을 극복해야할
부담이 남는다.

향후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을 염두에 두고있는 정부로서도 마땅한 명분을
찾아나서야 한다.

또 광범위한 주식분산으로 사실상 "주인이 없는" 기아그룹과 어떻게 일괄
인수협상을 해나갈 것인가의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결국 기아의 회생여부 또는 일괄매각 가능성은 일차적으로 향후 두달간
전개될 자구노력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만약 계열사의 분할매각을 통해 금융권의 부채를 어느정도 탕감할 수
없다면 제3장인수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