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도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결재합니다"

허태학 중앙개발 사장은 최고경영자로는 드물게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룬다.

회사 네트워크와 연결된 컴퓨터를 집안에 설치, 휴일에 가끔씩 보내지는
전자서류를 안방에서 결재할 정도다.

직원들과는 매월 1회씩 유니텔을 통해 채팅을 하면서 고충을 귀담아듣고
개선점을 찾아낸다.

허사장이 컴퓨터와 친숙해질 수 있었던 것은 "정보는 스피드이고 스피드
경영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신념 때문.

지난 94년말 삼성그룹이 한국과학기술원에 의뢰해 실시한 계열사 최고
경영자 정보화 교육과정에 참가,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익힌후 정보화 자격을
획득하는 모범을 보였다.

그는 이같은 신념을 경영관리와 고객서비스에 적용했다.

회사경영분야에서는 종이없는 사무실을 구현한 것.

전자결재를 시행, 이제는 부하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서류를
컴퓨터로 올리면 그날로 결재가 끝나 업무효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허사장의 사무실 책상에서는 서류뭉치를 찾아볼 수 없다.

고객서비스 분야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에버랜드의 케리비언베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팔찌모양의 전자머니를
도입해 히트를 친 것.

수영복 차림의 고객들이 지갑을 보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한 전자
머니는 모든 이용시설을 사용할 때마다 기록을 남기고 퇴장할 때 요금을
정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관리자에게는 입장객의 수와 거래시점관리(POS)를 가능하게 해준다.

허사장은 "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에 비해 현재 응용하고 있는 정도가
낮다"며 "컴퓨터를 이용한 고객관리를 강화하고 회사정보네트워크 구축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컴퓨터를 통해 아들과 친숙해짐으로써 "아버지"의 위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1남1녀중 막내로 전산학을 전공한 아들이 컴퓨터를 잘 활용하는 아버지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부자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단다.

허사장은 앞으로도 컴퓨터를 통해 사원들에게는 존경할만한 관리자,
고객들에게는 만족할만한 서비스제공자, 가정에서는 친근한 아버지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 글 김도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