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파스 드링크제 해열제등 단순의약품(OTC)의 슈퍼판매허용문제를
놓고 약사들과 유통업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문제제기는 유통업계가 시작했다.

단순의약품은 부작용이 이미 검증된 것이라 크게 문제될 될것이 없다.

그런데도 약국만이 팔도록 돼있다.

그래서 약국이 쉬는 밤이나 휴일은 갑자기 어디가 조금 아파도
소화제하나 제대로 살수 없다.

약국이 아예없는 시골이나 도서벽지는 상황이 더심하다는게 슈퍼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니 슈퍼나 편의점에도 단순의약품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미국등 선진국도 다 슈퍼에서 단순의약품을 파는데 우리만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설문조사결과 국민의 약85%가 슈퍼의 단순의약품판매를 찬성한 것도
이런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국민편익증진과 규제완화차원에서 이를 적극 추진했었다.

그러나 약사회에서는 슈퍼마켓에서 잘 알지못하고 약을 팔면 사고가
날수있다며 반발하고 나서 일단 보류된 상태다.

약사들은 약품은 경제논리가 아니라 국민보건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편익과 국민건강을 각각 명분으로 내세우며 유통업계와 약사회가
서로 싸우고 있지만 속셈은 의약품거래에 따르는 상당한 마진을 뺏겠다는
밥그릇싸움에 다름아니다.

특히 단순의약품은 판매량이 많고 마진율도 높아 매력적인 대상이다.

시내에서 월1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약국은 매출중 70~80%가 단순
의약품이고 조제의약품은 생색만내는 수준이다.

이런 논란에 대한 해답을 찾기위서는 의약품 유통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먼저 소매단계의 마진이 과다하다는 것이다.

약국은 30%의 마진을 보도록 표준소매가가 정해져있다.

그러나 단순의약품은 마진이 이보다 높다.

평균 30%를 넘는다.

심할경우 1백~2백%를 넘는 마진을 보는 영양제도 있다.

마진율은 영양제가 가장높고 다음이 드링크류가 차지하고 수액제가
좀 박한편이다.

3만원에 제약회사에서 나온 영양제를 약국은 4만원에 사서 7~8만에 파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판매하는 곳이 많아지면 가격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게
제약회사관계자의 진단이다.

두번째 문제는 유통구조가 복마전이라 불릴 정도로 복잡하다는 것이다.

의약품 유통경로는 제약회사에서 약국과 병원에 직접파는 직거래와
도매상을 거치는 도매거래로 나뉘어진다.

여기다 제약회사의 영업소가 중간에 끼면 유통경로는 4단계로 볼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개념적 분류방식이고 현실적으로는 각 과정에
현찰거래를 하는 브로커가 끼여들어 모두 13단계로 나뉘어지기도 한다.

선진국은 의사와 약사간에 의약분업이 잘돼있어 도매거래가 전체거래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는 약30%에 불과하다.

종합병원은 반드시 도매상을 거치도록 유통일원화를 한게 그나마
이정도다.

여기다 선진국에 비해 너무 많은 4백여개의 구멍가게식 도매상도
유통구조개혁의 걸림돌이다.

그러다보니 도매상마진도 10~13%로 낮다.

도매상도 흡수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번째 문제는 표준소매가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소매가격을 정해주지만 공급과잉으로 난매가 성행하고 있다.

대형약국은 가격덤핑을 하고 제약회사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표소가를
지키는 대신 몇개를 더 공짜로 얹어서주는 할증이 관례화됐다.

현찰을 주는 브로커에게는 할인거래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소비자는 약값을 불신하게된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인상억제를 위한 표준소매가가 제약회사의 이익보전
장치로 쓰인다는 점이다.

약값 결정은 순수제조원가를 20%만 반영하고 인건비 금융비용등 간접비를
80%나 반영하기 때문에 정부가 심사한다고는 하지만 출고단계에서 이미
약값뻥튀기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제약회사간 가격을 자유경쟁화 시켜야 한다는게 도매상들의
주장이다.

이같이 산적한 의약품유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낮은
의료보험약가문제와 의사와 약사간의 의약분업등 구조적인 뼈대가 재구축
돼야지 그저 단순의약품의 슈퍼판매로 해결될게 아니라는게 약사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단순의약품 슈퍼판매는 의료시장개혁을 위한 종합프로그램으로
다루는 수순을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