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과 같은 대형 빌딩이나 선박몸체 등의 벽면을 기어다니며 각종
작업을 할 수 있는 거미로봇이 개발됐다.

고등기술연구원 기구시스템팀(팀장 임생기 책임연구원)은 지난 2년간
10억여원을 들여 아주대학교와 공동으로 거미로봇(벽면이동로봇)시작품을
만들었다고 9일 밝혔다.

이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대형 구조물의 벽면에
달라붙어 이동하며 지상 컴퓨터에 미리 프로그램된 작업명령을 유선으로
받아 수행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

가로 세로 각 1백60cm, 높이 50m 크기에 1백27kg 무게의 이 로봇은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다리판이 십자형태로 교차해 있다.

이 로봇은 자성체에만 부착가능하고 표면재질이나 경사도에 따라
작업영역이 제한되는 전자석이용 로봇과는 달리 빨판을 이용한 진공흡착방식
을 채택, 작업대상물의 재질이나 굴곡등 표면상태에 관계없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특히 빨판의 진공흡착력을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자가진단기능을 부여,
규정압력에 미치지 못할 경우 움직이지 않도록 했으며 전원공급이 갑작스레
중단되거나 작업환경이 변화할 때를 대비해 안전선을 연결하는 등 2중안전
장치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이 로봇의 크기와 중량을 각각 40%, 20%씩 줄여 이동속도를
대폭 끌어올릴 예정이며 올 연말까지 한가지 작업정도는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연구원은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레이저진단기, 도장용 브러시,
비전카메라 등 부착하는 도구에 따라 사람의 힘으로는 여의치 않은
대형구조물의 도장 보수 검사 청소 등 각종 응용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연구원은 또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우주탐사선용과 교량검사용으로
비슷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나 상용화되지는 않고 있다"며 "오는 2000년까지
모든 산업현장에서 이 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연구를 강화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