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미래전략그룹을 신설한 것은 21세기 경영의 키워드는 "국제화"며,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다국적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전략그룹은 글로벌 경영시대를 맞아 삼성이 나아갈
방향을 제공하고, 동시에 그 해결점도 모색하는 실천적 싱크탱크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두뇌집단과 다른 점은 다양한 전공의 다국적 우수인력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단순히 컨설팅업무에 국한하지 않고 실제 가용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점.

미래전략그룹 구성원들은 프로젝트별로 5-6명이 한팀이 돼 "그룹의
국제화"를 테마로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룹이나 계열사가 요청하는 테마는 물론 독자적으로 기획한 테마도
연구할 수 있다.

삼성은 이를 통해 젊고 참신한 인재를 경영일선에 수혈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전략그룹의 출범은 삼성이 지난 90년대 초부터 추진해왔던 1단계
국제화의 연장선인 동시에 한켠으론 그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삼성을 비롯한 국내기업들의 국제화란 단순한 외국어의
습득이나 해외사업장의 국내기업화, 또는 한국화라는 관점에 머물러왔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전략그룹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글로벌 경영전략"의 틀을 새롭게
짜는 포석인 셈이다.

"세계시장의 전면개방으로 국경이 의미를 잃어가는 시점에서 한국적
경영풍토에 젖어있는 한국인 중심의 세계화만으론 경영환경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이우희 전무.인사팀장)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래전략그룹에 선발된 인력의 면면은 독특한 점이 많다.

영국인 데이비드 스틸(32)씨는 옥스포드대학출신으로 미국 MIT에서
물리학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에너지성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3년간
초전도체 연구활동을 수행했다.

미국인 조지 블럼버그(33)씨는 MIT 지구과학 석사, 영국 옥스포드
환경통계학 박사 출신으로 이태리 환경연구소에서 5년간 실무경험을
쌓은 인물.

부친이 생명공학분야 노벨의학상 수상자다.

통상분야 전문가인 미국인 크리스토퍼 라이언(33)씨는 미국 상무성
국제통상부에서 각국의 시장개방과 미국상품의 해외진출전략을 입안했으며
GATT와 NAFTA협상에 실무자로 참여했던 경력의 소유자다.

선발된 인력중 유일한 한국계인 진정(28.여)씨는 앤더슨 컨설팅사에서
인력개발과 인사관련 컨설턴트로 3년간 근무하면서 다양한 실무지식을
쌓았다.

그녀는 영어 독일어 한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5개국어를 구사한다.

캐나다인 폴 짐머맨(34)씨는 휴렛 팩커드에서 5년간 근무하며 광대역
무선 등의 첨단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인물.

휴렛 팩커드내 상위1%에 드는 최우수관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을 스카우트하기위해 삼성이 기울인 노력은 각별하다.

지난해 7월 입사 희망자 5백62명을 대상으로 1차 프리젠테이션을 거쳤고
미국과 유럽의 20여개 대학을 돌면서 설명회를 가졌다.

1차 합격자 55명을 뽑아 기획력 논리력 해당분야 전문성 등을 11차례에
걸쳐 테스트했으며 면접은 모두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