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는 5년이나 미루어 왔던 경제공동위원회를 8일 개최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양국이 경협차관상환문제를 둘러싸고
빚었던 갈등을 해소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경제협력관계를 재구축해 나가는
시발점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전대통령시절인 지난 91년 한.러수교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제공
했던 경협차관 14억7천만달러의 상환이 계속 지연되면서 양국은 ''빚쟁이''와
''빚진자''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껄끄러운 상황이 계속돼 왔다.

그러나 러시아경제가 활성화됨으로써 우리로서도 관계재정립이 필요하게
됐고 러시아입장에서도 현물상환을 경제활성화의 계기로 새롭게 인식
함으로써 이번 협상에서 쉽게 합의에 이를수 있게 됐다.

5년간이나 연기돼왔던 경제공동위 개최에 합의한 점과 러시아가 홍보담당
부총리에서 대외담당 실세부총리인 스수예프로 협상파트너를 바꾼 점에서도
러시아의 적극적인 태도를 읽을수 있다.

스수예프는 8일 "시장경제가 러시아의 확고한 기본원칙으로 98년에는
투자유치를 위한 환경이 조성될것"이라며 "나를 믿어 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이같은 전향적인 자세에서 러시아는 나홋트카 한국공단 입주기업에 부가세
와 관세 이윤세(법인세)등의 감면혜택을 주고 1억5천만-1억6천만달러의
공단조성사업비중 9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양국업체간 마찰을 빚어왔던 러시아산 H형강에 대해서도 러시아업체들이
가격인상에 합의함에 따라 우리도 덤핑방지관세부과를 철회하기로 양보했다.

또 경제차관상환대상물품중 철강을 헬기와 우라늄등으로 전환하는데도
양측은 쉽게 합의했다.

우리정부는 이와함께 한.러 과학기술정보교류센터설립등을 통해 러시아의
최첨단과학기술정보를 보다 쉽게 활용할수 있게 된데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보교류센터를 통해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최첨담과학기술정보의
현황과 소재 과학자현황등을 파악, 국내업체와 연구기관에 공급한다는 계획
이다.

또 세계최고수준의 러시아 광학기술을 도입하게 되는 점도 기술을 진일보
시키는 계기가 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적극적인 경제활성화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러시아의 정치적인 불안정이 한.러관계에
걸림돌이 될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