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석유화학원료 생산국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모두가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하지만 속체질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외국에서 원천기술을 들여다 장치를 꾸미고 제품을 많이 만들어 값싸게
팔아 이문을 남기는 수준에서 아직껏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천기술중의 원천기술로 꼽히는 촉매기술 역시 말할나위 없다.

t당 1억원이나 하는 촉매를 하릴없이 외국에서 들여와야 한다.

최종제품이 아니라 이의 생산을 가능케하는 공정기술에 "Made in Korea"를
찍어 세계시장에 내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한화종합화학 중앙연구소 폴리올레핀(PO)연구센터 강경석(38)박사의 답변은
명쾌하다.

"그것도 빠른 시간내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PO촉매공정분야의 국내 1호 박사란 명함 때문이 아니라 그가 최근 개발한
촉매기술이 이 답변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선형폴리에틸렌(LLDPE) 분자량분포 제어기술을 세계처음으로
선보였다.

플라스틱원료인 PO는 가스상태의 올레핀(에틸렌,프로필렌 등)분자를 촉매
반응으로 실처럼 길게 결합토록 함으로써 만들어지는데 그품질은 분자량
분포에 따라 결정된다.

기존의 촉매를 개질해 분자량분포를 자유자재로 조절, 제품의 가공성 및
물성향상은 물론 2~3개정도 필요했던 반응기를 1개로 줄일수 있게끔 한 이
기술은 원래의 촉매공급선인 미국 유니언카바이드사도 탐낼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동료연구원과 현장생산인력 등
모두가 빈틈없이 짜여진 스케줄대로 제몫을 다했기에 3년만에 이 기술을
개발할수 있었지요"

그는 이제 보다 원대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목표는 이 기술을 패키지화해 세계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이제는 테크놀로지 차원에서 세계와 견줄수 있는 채비를 갖춰야 합니다.
제품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기본기술을 판매할 정도가 돼야 "선진한국"이
라는 이름도 부끄럽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세계경쟁에서 이길수 있다고 할 정도로
국내 석유화학계의 기술개발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그는 대단히 희망적
이다.

적어도 PO분야에서 만큼은 5년이내에 패키지화한 공정기술을 수출할수
있는 업체가 하나쯤 나올 것이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