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취임 6개월을 맞아 그가 주창해온 ''실질경영''
체제를 본격 가동시켰다.

정회장은 25일 한라시멘트 사장에 이동형 전 한라건설 영업본부장
(부사장)을, 한라콘크리트사장에 신판식 전 그룹 감사실사장을 임명하는 등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한라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에는 김재영 전 한라건설 토목사업담당
부사장을, 마르코폴로호텔대표이사 부사장에는 정원혁 한라아메리카
법인장을 임명했다.

지난 1월3일 신임 그룹회장으로 취임한지 6개월만에 단행된 이번 인사는
소폭이었지만 사실상 정회장이 처음으로 직접 단행한 인사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정회장은 회장취임후에도 부친인 정인영 그룹 명예회장이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쳐온데 반해 주로 그룹 내부의 안살림을 챙기는데 주력해 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재계는 정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친정체제''를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임 사장단의 면면이 정회장이 만도기계 부회장 등으로 근무할 때 곁에서
그를 보좌해온 최측근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룹 관계자들도 이번 인사의 배경을 그동안 정회장이 추진해온
''실질경영''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질경영''이란 글로벌 시대의 무한경쟁하에서 ''성장''과 ''질적고도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정회장이 제안한 것.

정회장은 취임 이후 내부실력 배양과 효율중시를 기치로 <>각 소그룹별로
영업력 강화 <>저효율 사업부문 조정 <>이익중시형으로 사업구조 개편
<>조직의 경량화와 정예화 추구 <>현장지원 확대 등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해왔다.

정회장이 이렇게 ''화려하지만 속빈 사업다각화''보다는 ''실속있는 이익
챙기기''를 선택한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부채가 지나치게 많아진 그룹의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다.

한라그룹이 최근 정체된 조직에 새로운 탄력을 주고 업무효율을 높인다는
목표하에 각 계열사별로 임원중 10~15%선의 사표를 수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정회장 역시 취임이후 한달에 2주일 이상 생산현장에서 임직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노사화합분위기를 고취시키는가 하면 해외출장시에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몸소 실천해왔다.

정회장의 실질경영이 어떠한 성과를 거두는가에 따라 한라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는 셈이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