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위임매매로 인해 투자손실을 입은 경우
증권사직원과 투자자 사이의 과실책임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주식투자경력 3년차인 오모씨는 지난 90년 K증권 중부지점에 거래계좌를
개설해 이 회사 직원인 이모씨의 투자조언을 받으면서 3천만원 규모로 주식
투자를 해왔다.

그러던중 이듬해 6월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난 이씨는 실적을 높이기 위해
오씨에게 거래계좌를 자신이 근무하게 된 지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다.

이씨가 이를 거절하자 오씨는 자신에게 투자를 일임하면 최소한 투자원금에
대한 연 10%의 이자와 연 6%의 투자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정서를 써주고
계좌를 옮겼다.

그러나 주가하락으로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하자 오씨는 주식거래를
중단키로 하고 투자원금과 이씨가 보장한 투자수익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이씨는 "계속 투자하면 틀림없이 투자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이를
거절했고 이로 인해 투자원금의 절반이상의 손실을 입게 된 오씨는 결국
이씨와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법원은 오씨가 맺은 투자수익보장약정은 증권시장의 안정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한 증권거래법의 취지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위임매매의 효력을 부인할 경우 그간 이뤄진 주식거래 전체가 무효가
돼 거래안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원금손실이라는 결과에 대해 이씨와 오씨중 누구의 과실이 더
무거운가라는 판단만 남은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한 기준으로 오씨의 투자경험과 이씨의 거래방법의 합리성
등을 제시했다.

즉 이씨가 경험이 부족한 일반투자자에게 주식거래에 위험에 대해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과대한 위험이 따르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간주해 위법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은 오씨의 투자 중단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주가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장기적으로는 매우 희망적"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도 은행예금보다는 나을 것이니 기다려보라"고 오씨를 설득해
주식투자를 계속하게 한 점은 고객의 투자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방해한
행위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이씨가 회사의 수수료 수입증대를 위해 단기 회전매매를 빈번히
계속함으로써 회사의 수수료 수입은 증가시킨 반면 오씨의 투자손실은
증가시킨 사실을 인정해 이씨가 투자손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