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과 한국은행간 "간접감독권" 공방의 핵심은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성
이다.

즉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한 간접감독만으로 자금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의 관건이다.

정부는 이번 금융개혁안에서 한은으로부터 은행감독원을 떼내는 대신
한은에 일부 감독기능을 남겨 놓았다.

통화신용정책 수립을 위한 자료제출요구권, 필요시 금감위에 대한 특정분야
검사요구권, 공동검사와 그에 따른 시정조치 요구권 등이 그것이다.

재경원은 한은이 이같은 "간접감독권"만으로도 충분히 실효성있는 통화
신용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통화정책의 주요 수단도 특정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재할인및 지준정책
에서 시장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개시장정책위주로 전환돼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에 반해 한은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현실인식의 차이는 더 크다.

"사전적인" 감독없이는 효율적인 시장관리가 불가능하다는게 한은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통화의 파급경로와 신용창출규모를 알려면 금융기관에 대한 사전검사및
감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꼽고 있다.

또 통화정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한 만큼 시의적절한 정책
수립및 집행을 위해서라도 사전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은은 또 비록 "통화신용정책 수행을 위한 자료제출요구권"이 사전적
감독기능을 가진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감독업무를 8년째 하고 있다는 H씨는 "지금까지 전례로 볼때 임점검사가
아닌 서면검사는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또 허위보고시에도
제재를 취할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재경원은 그러나 중앙은행의 임점검사자체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우선 중앙은행의 역할이 시장 참여자로 "제한"돼 있는 만큼 사전감독을
통한 시장전체의 인위적인 관리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직접감독.임점감독에서 간접감독.서면감독으로 넘어가는 감독체계의
변화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FRB(미국연방준비제도 이사회)와 일본은행도 오래전부터 임점검사를 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재경원은 또 "필요한 경우" 금감위에 검사를 요구할 수 있고 공동검사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한은측에 반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시각의 차이는 "은행건전성의 지도.규제" 부문이다.

한은은 은행건전성을 사전에 파악해 두지 않고서는 시장관리뿐만 아니라
돌발적인 유동성부족과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통화신용창출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계량적인" 요소들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은행건전성에 대한 지도.검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재경원의 입장은 "원천불가"이다.

시중의 유동성교란이나 불건전금융기관에 대한 처리는 기본적으로 거시
경제운용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중앙은행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결국 재경원과 한은간 입장차이는 통화신용정책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셈이다.

시중은행이 포함된 금융노련은 감독원 통합(정부제시안)에 손을 들어
주었고 금통위는 통합불가로(한은입장)을 지지하고 나서 논란을 더욱
호미해지는 양상이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