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신공영 등 대형 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에 시달려온 철근업체들이
고객관리를 엄격히 하는 등 부실채권 방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책이 오히려 판매부진이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어 업계는
딜레마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제철 동국제강 강원산업 등 주요 철근 메이커들은 최근 한신공영 부도
이후 대기업 그룹 소속 건설업체에도 판매대금으로 어음을 받을때 금융기관
지급보증을 요구하는가 하면 위험 거래선에 대해선 제품공급을 중단하는 등
비상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이는 철근업계가 건설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금년들어 (주)한보에 이어 한신공영 등 대형 건설사들이 쓰러져
수십억원씩의 매출채권을 물리는 등 경영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

실제로 국내 도급순위 24위의 한신공영이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부도를 냄에 따라 인천제철 동국제강 강원산업 등은 각각 8억원~55억원까지
판매대금을 물렸다.

이에 따라 일부 철근 유통업체들은 연쇄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업체의 이같은 부도로 인해 철근업체들 보다 신중한 영업전략을
짜는데 고심중이다.

이들은 일단 <>판매대금으로 받는 보통 3개월짜리 어음의 경우 신용보증
기금이나 대한보증보험 은행등의 지급보증을 적극 요구하고 <>대형 건설사
라고 하더라도 부도위험이 있는 업체에 대해선 신규 물량공급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철근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도급순위 1백위 이내의 건설회사엔 대부분
신용으로 어음을 받았으나 한신공영 부도로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현재 거래 업체들의 재무구조등을 면밀히 분석해 위험 거래선을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철근업계는 이같은 안전방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
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저런 업체를 제외하고 나면 도대체 어떤 기업에 제품을
팔아야 할지 난감하다"며 "설령 위험 거래선을 가려낸다 하더라도 시장엔
공급물량이 넘치고 있어 실제로는 거래선을 잃고 재고만 떠안는 결과로
귀결될수 있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팔자니 부도날까 겁이 나고 안팔자니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한 철근 생산업체 영업부장은 "최근엔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자칫하면
쓰러지는 상황이어서 오더를 받아 제품을 내보내는게 마치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라며 "일부에선 건설경기가 차츰 살아나고 있다지만 현장에서 보기엔
아직도 시계제로 상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차병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