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제도및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한은및 은행.증권.보험감독원
등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 금융권의 특수성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재경원 금융정책실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개편안 확정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점과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조직축소가 불가피하게 된 점 등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

금정실 관계자들은 우선 "통화신용정책이 성장 경상수지 고용 등 전체적인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재경원 차관이 금융통화위원회
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불쾌한 감정을 표시.

또다른 금정실 관계자들은 "4개 국이었던 금정실 조직이 지난 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통폐합 과정에서 3개국으로 줄어든데 이어 이번에 다시 2개국
으로 축소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그렇지 않아도 심화되고 있는 인사
적체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토로.

<>.정부안이 알려지면서 한국은행은 하루종일 벌집을 쑤신듯 어수선했다.

한은임직원들은 이번 정부발표안에 대해 "개혁이 아니라 개악" "재경원의
폭거"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부안에 합의해준 이경식총재에 대한 실망과 성토수준도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이날 상당수의 직원들을 일손이 잡히지 않는듯 복도와 계단 등지에서
삼삼오오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눴으며 과장급이상 부서장들은
대부분 자리를 비운채 대책회의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임원실도 내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잔뜩 근심어린 분위기.

노조는 노조대로 총파업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전의"를 다졌다.

<>.31명의 한은 부서장들은 이날 오전내내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한 끝에
오후 2시30분 정부안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부서장들은 "상호이질적인 금융감독체계를 통합하는 것은 금융을 정부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정부안은 완전히
개악"이라고 비난했다.

부서장들은 또 기자들과 가진 브리핑에서 "이경식총재가 이번 정부안에
합의한 것은 중앙은행 총재자격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한 것으로 본다"고
말해 이총재에 대한 불신임을 표명.

과장급 1백50여명도 이날 별도모임을 갖고 정부안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 고참간부및 직원들과 행동통일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한은 노동조합은 이날 정부 발표안을 "중앙은행 말살책동이자 관치금융의
항구적 제도화를 통한 총체적 금융죽이기"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측을 극렬 비난.

노조는 "정부가 이번 졸속개혁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전직원 총사퇴와
함께 전면 총파업돌입도 불사하겠다"고 강조.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해 증권감독원 직원들은 전문성을
무시한 졸속이라면서 반대했다.

증권감독원 노조원을 포함한 직원 1백20여명은 16일 12시 1층로비에서
"금융개악철회를 위한 규탄대회"를 열고 이번 개편안이 증권감독체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졸속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증권감독의 경우 은행 보험과 달리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을
관리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안을 보직없는 1백50여명의 재경원
직원을 위한 "위인설관"이라고 꼬집었다.

<>.보험감독원 역시 정부안은 보험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감독기관 통합에 강하게 반발.

보감원은 이날 직원일동 명의의 공식 성명을 통해 "보험산업은 여타 금융권
과는 달리 단순한 금융기능 외에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역할과 비중이 더 큰
특징이 있다"며 "성격.

기능이 판이하게 다른 은행과 보험 증권감독원을 통합해 금감원을 설립
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자 탁상공론"이라고 비난.

보감원 노조(위원장 김성범)도 이날 중집위와 대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노조간부들이 즉각 철야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의.

<>.은행들은 "누가 은행감독을 하든 상관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내심
탐탁지 않은 기색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그동안 은감원 감독에 길들여진 상태였는데 금감원
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며 "개별은행 입장에선 업무상
고충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또 "정부가 은행 감독권을 가지게 되면 한국적 현실에서
관치인사가 더 성행할 소지도 있다"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전경련은 정부의 금융개혁 최종 조정안이 중앙은행제도와 통화금융감독
기구 관련 사항을 제외하고는 금개위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하여 제시됨으로써
연내 마무리가 불투명하게 보이던 금융개혁작업이 가시화되게 되었다는 점
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감독권한의 귀속문제 등 당사자간 이해관계가 큰 문제를 중시함
으로써 현안과제인 금융기관의 기업성 회복이나 금융규제개혁 등 본질적
문제의 취급이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종금 리스 할부금융 등 제2금융권은 별무반응이다.

단지 감독체계가 바뀌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불합리한 감사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역력.

종금사 관계자는 "누가 금융감독권을 쥐는가는 사실 관심 밖이다"며 "단지
이번 개편을 계기로 지나치게 조문을 따지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지
않는 불합리한 감사관행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 리스사 기획부장은 "상대적으로 감사의 전문성이 높아져 감사가 더
까다로워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신용금고 업계는 이번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신용관리기금의
중앙금고 기능을 금고연합회로 가져올수 있을 것으로 기대.

금고에 대한 감독권이 금융감독원으로 이관되는데 대해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

< 오광진.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