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에 1등급우유 원조논란이 불붙었다.

대형우유회사들이 모두 이 논란에 휘말려 고름우유파동에 이어 또다른
우유품질파동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발단은 남양유업.

남양유업은 이달 중순부터 내놓을 모든 시유(일반 흰우유)를 1등급으로
만든다는 광고를 9일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남양은 "국내 최초로 모든 우유를 1등급원유로만 만든다"며 스스로 이를
우유대혁명이라고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우유는 오는 7월 11일 창립 60주년기념으로 흰우유 전제품에 1등급
우유를 사용한다는 획기적인 안을 발표하려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서울우유는 흰우유 전제품의 1등급화를 위해 낙농가로부터 우유를 등급별로
분리집유하고 시설을 개선하는등 2년가까이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사실 발표만 미루었지 지난달 중순부터 전시유에 대해 1등급만을 사용,
판매해 왔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남양이 제품도 아직 내놓지않은 상태에서 최초로
모든 우유에 1등급을 사용한다는 광고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허위
표시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법정대응을 검토하는 한편 서둘러 "이미 흰우유 전제품을
우리나라에서 가정 먼저 1등급우유로 만들어 공급해 왔다"는 문구로 맞대응
광고전에 나서고 있다.

남양의 라이벌회사인 매일유업도 남양의 1등급우유광고에 발끈하고 나섰다.

매일은 지난 95년 10월 "매일 1등급우유"를 내놓았다.

1등급우유만을 낙농가로부터 집유, 제품화한 것으로 최초였다.

그러나 전 우유제품에 대해서는 1등급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매일은 고름우유의 후유증으로 소비자들이 우유질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아 "1등급우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상태다.

매일은 남양에 대해 "분리집유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데다 탈지분유를
사용하는 가공우유를 생산하는 마당에 전 우유제품에 1등급만 사용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기광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다른 우유회사들도 "소비자들을 위해 각 회사들이 품질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낙농가들로부터 생산되는 국내 원유 가운데 80%
이상이 1등급인 상태에서 굳이 1등급을 강조, 이제까지 자기들이 생산해
왔던 우유와 다른 회사의 우유를 저급품취급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또 다시
기만하는 행위"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김광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