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설계및 제조(CAD-CAM)작업을 하는 로봇.

인간에 버금가는 묘기를 펼치며 축구시합을 벌이는 로봇.

방사능 오염지역에서의 작업이나 폭발물 제거같은 사람이 수행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

체내에 들어가 외사의사의 수술을 대신하는 미세로봇"

SF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이같은 일들이 컴퓨터와 네트워크기술의 융합으로
하나씩 현실속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정보화의 거센 물결에 편승, 스스로 생각하고
계산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로봇이 구현하는 세계는 더이상 막연한 상상이나
꿈이 아니다.

이에따라 많은 로봇연구자들은 21세기 정보화사회는 인간이 행해왔던
많은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이른바 휴먼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휴먼로봇센터(센터장 이종원)는 지난달
네발로 걸으면서 자신이 처한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해 간단한
작업을 벌일 수 있는 휴먼로봇의 1차 버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IST가 휴먼로봇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
MIT공대, 일본 와세다대등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된 순간이자 국내
로봇기술이 한단계 올라서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스신화의 반인반마형 인간(Centaurus)과 닮아 "센토"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로봇은 반복동작만 하는 기존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시각을
가지고 사람의 일을 자율적으로 대신할 수 있는 "꿈의 로봇"으로 불린다.

94년4월부터 65억여원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것으로 아직은 상체와
네다리가 완전히 결합되지 못하고 따로 움직이는 상태지만 조만간
제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이종원박사는 "이번에 선보인 센토는
오는 99년에 최종 완성할 휴먼로봇의 중간단계로 2004년까지 두다리
형태의 완전한 지능형 휴먼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간을 닮은 로봇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산업용 로봇의 경우는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단계다.

자동차 반도체등 공정표준화가 이뤄진 산업의 경우 로봇이 없으면 엄청난
생산차질이 빚어질 정도로 로봇의 대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20여년전의 로봇이 단순반복 작업에 능숙했다면 최근 등장한 로봇은
컴퓨터와 통신망에 연결된 전자적 로봇이다.

이는 컴퓨터산업의 발전을 토대로 기계와 전자기술이 결합된
"메카트로닉스"기술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한 데 따른 것.

특히 촉각 시각등의 감각기능을 갖추고 정방향 역방향 회전은 물론 기동
정지 속도변환이 자유로운 이들 산업용 로봇이 확산되면서 정보화사회의
첨단자동공장도 속속 등장할 추세다.

지난 85년 2백여대에 불과했던 국내 산업용 로봇은 95년 1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2000년이면 약3만대의 로봇을 보유, 근로자 1만명당
45.6대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함께 컴퓨터게임등에 도통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되면서 대학가에서의 로봇연구도 더욱 활기를 띠고있다.

미로찾기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마이크로마우스경연대회"를 비롯
"로봇축구대회"등 심심찮게 벌어지는 각종 로봇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몇달씩 로봇제작에 매달리는 대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

이같은 국내 로봇열기를 반영하듯 박종오KIST휴먼로봇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제로봇연맹과 스웨덴로봇협회에서 주는 국제적인 권위의 "골든
로봇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 상은 매년 산업용 로봇기술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거둔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것으로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앞두고 국내 로봇연구가 국제적으로
처음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의미가 크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