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담배와 국산 담배간 영토뺏기 경쟁이 치열하다.

양측의 경쟁은 시장개방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하락을 경험한
외산담배가 전열을 재정비, 공세를 강화하고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이에 맞서
"겟투"라는 "신병기"를 내놓으면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산담배는 88년 시장개방 이후 국내시장을 꾸준히 잠식해 들어왔다.

95년에는 시장점유율이 12.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96년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반일감정의 확산으로 외산담배의 왕자로 군림하던 일본산 "마일드세븐"의
판매가 위축되기 시작한 것.

92년 7월이후 4년간 양담배중 판매량 1위자리를 차지했던 마일드세븐의
아성은 독도분쟁과 종군위안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너졌다.

선봉장의 후퇴에 따라 외산담배의 시장점유율도 96년에는 11%로 떨어졌다.

여기에는 담배인삼공사가 마일드세븐의 대항상품으로 내놓은 디스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디스의 등장으로 애연가들이 굳이 마일드세븐 등
외산담배를 찾을 필요가 없게 됐다는게 담배인삼공사의 자체 평가다.

값을 1천원으로 책정함으로써 1백원짜리 잔돈이나 거스름돈을 준비할 필요
없이 편하게 살수 있도록 한 가격정책도 적중해 디스는 국산담배 매출액의
36%를 차지하는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담배인삼공사가 대항상품을 낸 것은 디스가 처음은 아니다.

그에 앞서 "심플"과 "에쎄"를 선보였다.

그러나 버지니아 슬림에 맞서기 위해 내놓은 심플은 시장점유율 2.0%,
피네쎄에 대항키 위해 개발한 에쎄는 1.3%로 간신히 외산경쟁제품을 방어
하는데 그쳤다.

디스가 공격용무기라면 심플 에쎄는 방어용무기였던 셈이다.

외국의 담배제조업체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

외산담배는 새로운 "전사"를 앞세워 한국시장을 다시 공략하기 시작했다.

선봉은 미국산 말보로라이트.

필립모리스사 등 미국담배회사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담배를 마약으로
선언하는 등 미국내에서 금연운동이 거세지자 대체시장을 찾아 한국을 집중
공략했다.

부드러운 담배를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말보로라이트를 쏟아
부었다.

물론 각종 판촉행사도 곁들였다.

필립모리스는 이같은 전략으로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을 지난해말 6.2%에서
올들어 7.4%로 끌어올렸다.

담배인삼공사도 재반격에 나서 지난 5월부터 말보로라이트를 대체할
"겟투"를 내놓고 영토수비에 나섰다.

"겟투"는 발매 초기부터 공급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겟투는 발매 첫달인 지난 5월 서울지역에서 3.8%의 시장점유율(잠정치)을
기록했다.

이는 담배인삼공사의 당초 목표 2.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일선 담배상들이 수요예측을 잘못한 담배인삼공사를 집단 성토할 정도로
겟투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담배인삼공사는 일단 출하비축물량을 풀어 품귀현상에 대응하고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겟투는 발매된지 한달밖에 안돼 앞으로 디스처럼 시장방어에 성공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연간 4조원을 넘어서는 국내담배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외산담배와
국산담배간의 싸움은 어느 경쟁시장 못지 않게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외산담배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덤핑의혹을 받을 정도로 시장확보를 위한
출혈을 마다하지 않는 공격경영을 하고 있다.

또 시중의 담배판매상들도 각종 경품과 수수료를 더주겠다고 제안하는
외산담배에 솔깃해 있는게 현실이다.

담배인삼공사도 공기업 특유의 느림보 영업에서 탈피해 시장상황에 즉시
대응하는 현장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경한 담배인삼공사 서울지역본부장은 "매일 퇴근시간에 신촌 강남 등
유흥가 주변의 담배가게를 순회해 현장의 반응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