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의 인위적인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주장을 둘러싼 삼성-기아간
"국지전"이 삼성-기존업계간 "연합전" 형태로 번짐에 따라 "삼성 보고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대표들은 7일 긴급회동을 가진데 이어 9일 오전 다시 협회
긴급 이사회를 열어 대응방안을 마련키로해 보고서 파문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기존업계의 공급과잉 우려를 무시하고 삼성의 신규진입을
허용해준 정부가 삼성자동차와 똑같은 논리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론을
개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어 조기 사태 봉합은 어려워 보인다.

삼성자동차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기존업계가 과대해석하고
있다"고 적극 해명하고 있는데도 기존업계가 이처럼 반발하고 있는 것은 "
삼성의 말을 더이상 믿지 못하겠다"(한승준 기아자동차 부회장)는
이유에서다.

김태구 대우자동차회장이 "신규진입할 때는 자동차시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 삼성이 2년도 안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슨
이유냐"고 불만을 터뜨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까닭에 6사 대표들은 7일 회의에 대비해 협회가 미리 작성해놓았던
성명서를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9일 다시 마련해 발표키로 했다.

강도가 약하다는 성명서 초안에는 "철부지 어린아이(삼성)가
어른(기존업계)을 충고하는 겁없는 행위" "분만 경험도 없는 처녀(삼성)가
산아제한(공급과잉)을 떠드는 격"이라는 삼성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들어가 있었다.

따라서 9일 발표되는 성명서와 정부에 대한 건의문, 삼성에 대한
공개질의서의 강도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위적 방법의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를 정부와 삼성 모두 더이상 거론하지
말라는 요구는 물론이고 공급과잉이라고 주장하는 삼성이 생산이 없는만큼
먼저 자동차사업을 포기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이 신규진입 당시 정부에 제출했던 각서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데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도 각서 이행을 철저히 지휘 감독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신규진입당시 <>생산첫해 생산물량의 30%를 수출하고 4년후 55%를
수출할 것 <>생산첫해 2천 미만 승용차 국산화율 80%, 2003년에는 독자엔진
트랜스미션 섀시를 탑재한 모델을 개발할 것 <>부품조달은 삼성상용차의
부품업체를 집중육성해 활용하고 기존 완성차업체와 계열부품업체에 피해가
없도록 할 것 <>기존 완성차및 부품업체로부터 부당한 스카우트를 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을 담은 각서를 그룹회장 명의로 제출했었다.

< 김정호.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