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이후 악성 루머에 시달려온 중견그룹들이 금융권의 자금 상환
요구를 계기로 거액의 빚을 갚는등 재무구조 건전화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보 이후 기업들의 부도 회오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이 자금악화설에 휩싸인 중견그룹들에 부채 상환을 요구하자
올들어 대폭적인 채무정리에 들어갔다.

특히 종금사등 제2금융권의 채무를 중심으로 빚을 갚고 있어 중견그룹들의
단기자금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유동성 압박에서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나산그룹은 한보 사태 이후 금융대란설이 유포되면서 제2금융권으로부터
잇따라 부채 상환 압력을 받아 올들어서만 1천여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갚았다.

나산은 한길종합금융과 나래이동통신 주식의 매각 대금 각각 9백억원,
1백72억원과 대한보증보험을 통한 회사채 발행자금 2백억원을 부채 상환의
재원으로 사용했다.

이에따라 나산의 장.단기 차입금 구조는 7대3으로 바뀌었으며 단기부채
잔고도 8백억~9백억원규모로 줄어들었다.

신원그룹도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종금사들로부터 상환요구가 몰려들자
올해 총 4백억원을 상환했다.

그결과 신원의 단기부채 총액은 7백억원규모로 축소돼 전체 채무중 단기
자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22%선으로 낮아졌다.

청구그룹도 한보사태 이후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상황 요구가 잇따르자
총 2백억원의 채무를 갚았다.

청구는 또 하청및 협력업체들에 발행한 어음의 할인이 거부되자 대구은행,
서울은행 등 제1금융권으로부터 4백억~5백억원을 지원받아 급한 불을 껐다.

청구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대형건설업체들의 도산등으로 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되자 지난 93년부터 단기자금 축소등 재무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거평그룹도 김현철씨 사건 직전 생명보험사로부터 신용대출 2백억원의
상환요구를 받아 이중 50억원을 갚는 등 1백억원을 상환했다.

거평그룹은 거래종금수의 숫자도 기존 5~6개에서 2개로 줄였다.

현재 거평의 장.단기 채무비율은 9대1정도다.

이와관련, 나산그룹의 자금 담당 관계자는 "최근 종금사들이 대출을
재개하면서 경색됐던 자금시장이 다소 풀리는등 금융위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혹독한 시련기를 거치면서
재무 구조가 오히려 호전돼 적어도 유동성 압박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