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임시국회 때 제출될 예정인 자금세탁방지법(가칭)에는 일정액
이상의 금융기관 입.출금 내역을 금융기관이 세무당국에 의무적으로 통보
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겨져야 한다는 주장이 국세청 내부에서 제기되고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26일 "일정액 이상 입.출금 내역이 모두 국세청 보유
전산망에 통보돼야 떳떳하지 못한 돈의 세탁 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음성.불로소득자, 변칙 증여자 등 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당국의 대응 역시
보다 적극적이게 될 것"이라며 "입.출금 내역 국세청 통보제도가 명문화되지
않는다면 자금세탁방지법의 근본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일정액 이상 입.출금 내역을 올해 초 개통된 국세통합시스템
(TIS)에 입력해 두고 일정 기간의 입.출금 누적액을 전산 출력한 뒤
종합소득세 등 세목 별신고 이후 검증자료로 활용하면 신고내용의 성실성
여부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득원이 불분명한 사람이 고액의 현금 거래를 했을 경우 증여세 등의
과세를 위한 자금추적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법인 명의로 거액을 입.출금
하는 경우에는 법인이 조성한 비자금인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근거
자료를 제공받게 된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국세청은 미국의 경우 지난 86년 제정한 돈세탁규제법에 건당 1만달러
이상의 금융거래 내역을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국세청(IRS)에 통보하도록
했고 1만달러 이하라도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는 통보하도록 한 점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94년을 기준으로 IRS에 통보된 1만달러 이상 현금거래 내역을
토대로 IRS는 물론 연방수사국, 마약관리청, 관세청, 재무부 금융범죄조사망
등 5개 국가기관이 단독 또는 합동으로 돈세탁 규제에 나서고 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출처가 분명하지 못한 돈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
장기적으로 투명한 금융거래 사회를 만들려면 시행 초기 금융거래 위축 등
다소의 불안요인이 있더라도 일정액 이상 입.출금 내역의 국세청 통보제도를
명문화해 불법자금 조성심리를 차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구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