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지방경협회장단이 22일 정치권을 향해 내놓은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경영계의 제언"은 촉구 강도가 의외로 셌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수 없다.

이제 정치권은...거듭나기를 바라며...경제안정에 주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

이달초 전경련 회장단이 "돈 안드는 선거"를 건의한 수준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표현이 강하다.

이는 최근의 국내 경제상황을 보는 경영계의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반증이라는게 경총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총이 전경련에 이어 다시 한번 정치권의 각성을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는 것.

사실 이날 회의에서도 경총.지방경협회장단은 지금의 상황을 "국가적 위기"
로 규정했다.

한보 삼미가 쓰러진데 이어 진로 대농그룹이 도산위기에 몰리는 등 굴지의
대기업 그룹이 맥없이 좌초하고 있는 현실을 몹시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
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가 이처럼 표류하고 있는 데도 정치권은 올연말 대선에만 매달려 정쟁을
일삼고 있다는게 경영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벌써부터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대선 분위기를 다잡지 못할
경우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는 수포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게다가 과거의 관행대로 대선이 "돈 잔치"로 끝날 경우 기업들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걱정도 만만치 않다.

이런 위기의식과 우려를 배경으로 경영계가 목소리를 한데 모은게 이날
내놓은 성명서인 셈이다.

특히 회장단의 성명은 전국의 4천여 중소 회원사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겨
있다는 데 주목해 달라고 경총측은 강조했다.

한편 경총의 한 관계자는 "사무국에서 작성한 성명서 초안보다 더욱 수위를
높여 세게 표현하자는 참석자는 많았지만 수위를 낮추자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