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에 대한 한국은행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한은은 20일 "한국은행에 정책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위헌인지 여부"와
"중앙은행에 은행감독기능이 필요한 이유"라는 자료를 잇따라 내놔 금융개혁
위원회의 중앙은행 독립방안은 위헌소지가 있고 한국은행에서 감독기능을
완전히 분리하는게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재정경제원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금개위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한은이 공식적 입장표명을 자제하던
태도를 바꿔 공세적 자세로 돌아선 것은 오는 26일 대통령에 보고될 최종안
마련을 앞두고 마지막 힘겨루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재경원의 역공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중앙은행 독립과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를 둘러싼 재경원과 한은의 막판 기세싸움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한은이 이날 내놓은 자료는 재경원이 문제삼던 두가지 문제에 대한 한은의
입장을 담고 있다.

첫번째는 "정부조직법상 행정부가 아닐뿐만 아니라 무자본특수법인인
한국은행에게 국가정책의 하나인 통화신용정책을 맡기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

한은은 "정부조직법에 의해 행정 각부처가 갖는 일반행정권은 헌법에 의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통치권의 일부"라고 전제, "국방 치안 조세 등 일반행정권
이외의 권한은 법률에 의해 설립된 별도의 공적법인이나 위원회에 부여될수
있으므로 특별법인 한은법에 의해 설립된 한은이 행정권의 일종인 통화신용
정책및 은행감독권한을 보유하는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따라서 한은이 행정부처인 재경원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중립적
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한다해도 대통령에 대해 최종책임을 지는 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번째는 "은행감독기능을 한은에서 전면 분리하는게 타당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한은은 이와관련, "일상적인 통화신용정책 업무의 하나로서 재할인 또는
대출형태로 은행에자금을 대주고 있으므로 채권자인 중앙은행이 채무자인
은행의 건전경영을 지도.감독하는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도산 예금인출상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위기에 처할 경우 이를 수습
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에 의해 공급될 수밖에 없으므로
중앙은행이 은행을 감독하는 것은 일종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특히 지난 91년 국제통화기금(IMF) 조사에서 1백67개 회원국중
중앙은행이 은행감독 기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는 81%인 1백35개국에 달했다
는 자료를 제시하고 중앙은행이 은행감독기능을 갖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밝혔다.

재경원은 그러나 중앙은행이 은행감독기능까지 맡을 경우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독립성이 훼손될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은과의
논리싸움이 앞으로 더욱 볼만하게 됐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