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 대한투자신탁 사장은 컴퓨터를 유난히 좋아한다.

정보기술 활용에 대한 호기심과 열성은 젊은 사람 못지 않게 대단하다.

매일 아침 PC에 연결된 임원정보시스템(EIS)과 전자우편및 결재시스템
(TOPS)을 통해 긴급보고사항과 주요 영업실적을 확인한다.

점심식사를 마친 다음과 퇴근 직전도 마찬가지여서 적어도 하루 3번은
컴퓨터를 벗삼는다.

해외출장을 갈때도 항상 노트북을 휴대해 임직원들의 활동상황을 살피고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새벽 5시에 전자우편을 통해 해당 임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아 임직원들도 컴퓨터를 통해 사장과 "한마음 한뜻"이 되고 있다.

주말인 지난 10일에도 집에서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오후 7시께
담당임원에게 편지를 띄웠다.

"여직원들의 사기를 드높여 사내 역할을 강화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즘은 인터넷에도 관심이 많다.

세계경제 동향을 챙기는 것은 물론 해외직원이나 친지들과 메일을 주고
받을 정도로 능숙한 네티즌이 됐다.

지난 3월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주관하는 4개월
과정의 최고정보 경영자과정에 들어가 지금도 수강중이다.

이처럼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된데 대해 김사장은 "수입관세 징수업무를
비롯해 업무특성상 전산화가 필수인 관세청 근무경험이 영향이 컸다"고
털어놓는다.

2년전 대투 사장으로 부임해 미흡한 정보화실태에 한숨을 쉰 것도 잠시였고
곧바로 정보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다.

그결과 95년 11월엔 2금융권 최초로 전자우편 결재시스템과 사무자동화(OA)
업무를 합친 통합OA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OA자격시험을 치렀다.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승진이나 포상 해외연수를 일절 허용치 않겠다
는 단서를 달았더니 불만의 소리도 꽤 많았지요.

대부분 컴맹이던 간부직원들이 굳은 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랴 용어도 익히랴
고생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7개월만에 전직원이 시험에 합격했다고 김사장은 들려줬다.

"정보기술능력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최대관건"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최고경영자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전략적으로 활용할수 있다"고 귀띔한다.

지금도 아침 8시면 임원과 부서장들이 윈도95와 인터넷을 마스터하기 위해
OA 아침반에서 컴퓨터와 한창 씨름하고 있다.

김사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세계 초일류 수준의 영업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를위해 투입한 자금도 70여억원에 달한다.

그는 "고객의 거래성향을 분석해 마케팅 분석능력을 강화하고 최신 정보
기술인 데이터웨어하우징(자료창고)을 이용한 전사적인 종합마케팅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투의 일선 영업직원들이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기대해 달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그의 손가락은 자판을 쓰다듬고 있다.

< 글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