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과제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와 신한국당이 보조를 맞추기는 커녕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금융개혁위원화와 재정경제원은 가능한 빨리 금융개혁작업을 마무리짓자며
"조기실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신한국당은 금융권 대변동에 따른 혼란
등을 감안, 연내 심의는 가능하나 본격적인 추진은 차기정권에서 해야 한다는
"연기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로인해 "금융개혁호"가 과연 제대로 항구를 찾아 안착할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금융권의 불안과 혼란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게 됐다.

당정간의 볼썽사나운 줄다리기는 먼저 신한국당이 걸었다.

신한국당 김중위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예정대로 금융개혁을 실시할
경우 금융권의 사기저하는 물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며 금융
개혁연기론을 공식화했다.

이같은 신한국당의 의견개진이 곧 "금융개혁 용두사미론"으로 받아들여졌음
은 물론이다.

정부도 반격에 나섰다.

강경식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한국당과
열린 지난 13일 당정회의에서 금융개혁연기와 관련된 논의가 일절 없었다"며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햇다.

장 부총리는 특히 "이번 임시국회에 단기금융개혁과제관련 법률개정안은
물론 중장기과제관련 법률개정안도 제출하겠다"고 정의동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입씨름을 하다보면 또 물 건너갈 것으로 보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신한국당 김의장등이 이같은 재경원 조기처리 입장에 일제히 반대
하고 나섰다.

단기금융개혁과제의 경우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가능하나 한국은행독립
등 5대 중기과제는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점을 감안, 신중이 처리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이같은 판단에는 현실적으로 중앙은행제도 개선등 핵심과제의 개혁을
추진하려면 사실상 수십개 법률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만큼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대선을 앞두고 반대급부 보장없이는 결코 이작업이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금융개혁문제로 청와대가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금융개혁작업이 현정권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업적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위원회는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이달말까지 중장기과제를 담은
2차보고서를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통치권자의 입장
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개혁을 늦추어선 안된다는 재경원측의 목소리도 "명분"을
내세우는 면이 없지 않다.

뚜렷한 대안도 내놓지 않고 무조건 처리하겠다는것부터 그렇다.

더군다나 금개위도 "6월 처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현실을 내세워 "개혁"을 미루자는 신한국당의 입장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치적인 부담이다.

어쨌든간에 같은 나라를 이끄는 당과 행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통에 몸살을 앓는건 바로 경제계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