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중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5.6%로 지난 84년 한해동안에 6.8%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1.4분기중의 산업생산
동향, 수출 및 재고 등으로 미뤄 볼 때 5.5%를 밑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은 향후 수년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올 하반기에
경기저점을 탈출한다 하더라도 연간 성장률이 5.5% 선에서 멈출 것으로
보여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성장률이 미국에 뒤질 전망이다.

특히 일부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경우
에는 양국간의 성장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성장률의 이같은 역전 현상은 한국이 경제개발계획을 시행해 고성장이
본격화된 지난 66년이후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 80년을
빼고는 31년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성장률이 한국을 앞지르게 된 것은 무역장벽이 사라진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아래서 기술과 자본력을 고루 갖춘 미국의 국제
경쟁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반면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