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는 대표적 업종중 하나다.

지난해초부터 곤두박질 친 철강경기는 이미 바닥을 쳤거나 저점을 지나고
있는 중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하반기엔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이 많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기호조로 국제 철강시황이 되살아나고 있는데다
국내 수요도 점차 회복기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특히 철강수요는 전반적인 경기를 선행한다는 점에서 국내경제 회복에
앞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가 철강경기 회복을 점치는 근거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국제 철강시황의 회복이다.

미국 일본과 유럽 각국의 경제가 호전되면서 철강소비가 늘어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

실제로 유럽산 열연강판의 수출가격은 지난 95년말 t당 2백60달러를 최저로
작년 3월 2백70달러, 6월 2백80달러, 9월 2백90달러로 분기마다 10달러씩
뛰었다.

올들어선 3백달러를 넘어서 3월말엔 3백15달러에 달했다.

지난 94년 호황때의 4백달러선엔 아직 못미치지만 시황이 살아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올해 전세계 조강생산량은 지난해 보다 3.0% 늘어나는 반면 조강
소비량은 3.3% 증가해 세계적인 철강 공급초과현상이 해소될 것이란
국제철강협회(IISI)의 예측도 철강시황 회복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둘째 국내 건설경기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

건설이 살아나면 철근이나 형강등 조강류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건설은
철강경기의 선행지표다.

지난해 철근과 H형강의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 이를 생산하는 전기로
업체들이 곤욕을 치뤘던 것도 건설이 죽을 쑤었던 탓이다.

다행히 금년 들어서면서 건설쪽에서 청신호가 깜빡이고 있다.

국내 건설투자는 지난 1.4분기중 전년동기대비 1%정도 감소했으나
2.4분기중엔 6%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게 전문기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특히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전체 건설경기를 견인할
예상이다.

이처럼 건설투자가 활성화되면 철근 형강등의 수요를 부추겨 전기로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셋째 전반적인 국내 경제가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한국개발연구원(KDI)등의 전망도 철강업계가 기대하는 대목이다.

철강경기가 전체 경기보다 1분기 정도 선행하는 특성을 고려하면 철강경기
사이클은 이미 상승세를 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일부 견해도 없지 않은
셈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이런 전후사정을 감안, 국내 철강내수가 지난
1.4분기중 3.3% 감소에서 2.4분기중 1.2% 증가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국제가격 회복의 영향으로 지난해 4.4분기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상반기중 작년 동기 대비 20.3%의 높은 신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물론 철강경기 회복의 길목엔 불확실 요인도 있다.

특히 내수쪽이 그렇다.

냉연강판 등의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 가전등 업계가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선 수주도 최근 늘어 난다고는 하지만 현재 작업물량은 2년전에 수주했던
실적들이다.

"국제시황 회복등 대외여건 호전으로 상승분위기가 조성되긴 했지만
철강경기가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는 자동차 조선 가전등 수요산업의 회복
속도에 달렸다"(신현호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