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시중자금흐름이 급속히 경색돼 기업의 불황극복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에 통화공급을 대폭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서울 호텔롯데에서 회장단회의를 갖고 한보부도
사태이후 자금흐름이 단기화되고 금융기관의 신용대출기능이 위축되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통화를 풀어 자금시장을 조속히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 시중의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기업들의 이같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회장단은 이같은 자금경색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중소기업 신용대출 원활화를 위한 신용보증기금 출연 확대 <>중앙은행의
신축적인 재할인 정책 추진 등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또 <>금융기관 대출채권 및 기업 외상매출채권의 유동화 <>은행의
융통어음 할인 허용 <>기업의 채권금융 기관 협의회 회부신청권 부여 등
부도방지협의회 운영 보완 <>차등 금리 적용 폭의 확대 등도 촉구하기로
했다.

이밖에 <>은행의 장기채 발행과 해외차입을 자유화해 기업의 장기자금
수요에 부응토록 하고 <>유상증자의 배당금 요건을 완화하며 <>10대계열
기업군에 대한 증자한도와 회사채 발행 물량 제한 등을 폐지해 줄 것을
건의키로 했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한보사태 등으로 인한
금융경색 때문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통화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데 회장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손부회장은 또 "자금시장을 과감히 개방해 금리를 국제수준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경련 회장단은 정경유착 근절방안 논의와 관련해서는 "돈 안드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장단 회의에는 최종현 전경련회장과 부회장단 중 구본무 LG 김우중
대우 김석준 쌍용 박용오 두산 장치혁 고합그룹회장 등과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