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확대를 통해 금리 인하를 할수 있다는 차동세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지적에 대해 한국은행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3일 한은 관계자는 통화량을 3% 확대하면 1년안에 현재 연12%대인 실세
금리를 3%포인트 만큼 낮춰 단기간에 한자리수 이하로 인하할수 있다는
차원장의 견해와 관련, "총통화 증가율을 1%포인트 높일 때마다 물가가
1%포인트 만큼 올라가 자동적으로 금리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초래한다"고
반박했다.

또 금리는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에다 성장률을 합친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를 낮추어가려면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고 성장률도 떨어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여기에다 기업들의 과잉투자로 인한 자금의 과잉수요현상이 고금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금융부채를 끌어쓰는 것을 겁내지 않고 무조건 대출을 많이 받아
투자하려는 성향이 만성적인 자금수요를 유발해 금리의 인하를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한보나 삼미 진로 등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다가 무너지거나 은행의 구제
금융에 의존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기업의 과잉투자에서 비롯된 "거품"이
빠지면서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라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원장의 견해처럼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통화를 늘린다면
금융기관 창구를 통해 대출되는 순간에만 일시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한은은 금리를 낮추는데 통화공급 확대는 역효과를 나타낼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리 인하를 유도하려면 자금공급 측면인 저축을 늘리면서 외자도입을 확대
하는 동시에 자금의 수요측면인 투자수요와 민간의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는게
한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장이 통화공급 확대를 통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힘에 따라 향후 통화공급 확대를 통한 금리 인하 논쟁은 금융개혁의
중장기과제로 금리 인하 방안을 다루고 있는 금융개혁위원회의 활동과 맞물리
면서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차원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명목금리 뿐만 아니라 실질
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도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라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대폭
낮추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