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기업과 은행간 "환치기" 게임은 기업딜러의 완승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물량공세를 앞세운 기업딜러의 "치고 빠지는" 베팅에 은행딜러들이 속수무책
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환치기란 등락폭이 작은 외환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매입과 매도를
가리키는 용어.

베팅금액이 적다는 점, 단기베팅이라는 점에서 환투기와 구별된다.

기업과 은행측은 이달들어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높을때 팔고 낮을때 사는" 환치기게임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3월말 외환당국이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조치를 발표하면서 "환율고점"이
일정한 레벨을 형성하면서부터이다.

하루평균 3원 안팎의 등락을 나타내는 서울외환시장에서 기업딜러들은
"고점 매도, 저점 매수"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은행딜러들을 그로기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는 기업이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외환포지션을 갖고 있기 때문
이다.

기업 딜러들은 환율이 오를때 많은 물량을 풀어 고점을 고정시킨뒤 되팔아
이득을 챙긴다.

또 환율이 저점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는 다시 사들여 단기매매
이익을 노린다.

이들 기업이 환치기용으로 시장에서 거래하는 규모는 하루평균 1억달러
안팎이다.

이에 따라 삼성 대우 선경 코오롱 등 대기업 딜링룸은 상당한 매매익을
올린 반면 대다수의 은행들은 손실을 보았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