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이 15일 부실징후기업중 정상화가능기업에 대한 지원방안과
정상화가 불가능한 기업에 대한 부실채권 정리방안을 심의.결정하기 위한
"금융기관협약"을 체결하고 제1,2금융기관 공동의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구성키로 합의한 것은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보자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첫번째는 부실징후를 보이더라도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선 은행은 물론 제2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부족자금등을 지원, 가능하면
정상화시키자는 순수한 의도다.

이렇게되면 은행등 금융기관들의 자금부담도 줄일수 있고 일시적인 자금난
으로 부도위기에 몰린 대기업도 살릴수 있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할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수 있다.

두번째는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 채권금융기관들이
공동대처함으로써 특정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미 한보철강이나 삼미그룹에서 보아왔듯이 부도위기에 몰린 대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주로 주거래은행이 맡아왔다.

이러다가 막상 해당기업이 부도를 내면 주거래은행의 부실채권이 엄청나게
늘어 은행존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따라 다른 금융기관들은 물론 주거래은행도 자금지원에 소극적이었고
"기업부도설"은 끊이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여기에다 한보사태로 부실기업처리에 정부가 끼여들수 없게 돼 금융기관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따라서 은행장들이 이날 체결한 "부실징후 기업의 정상화촉진과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를 위한 금융기관 협약"이 제2금융권으로 확산되고 부실징후
기업에 대해 채권금융기관협의회가 작동된다면 기업부도도 최소화할수 있고
금융기관부실도 효율적으로 정리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종금사 생보사 증권사등 제2금융기관이 흔쾌히 동의할지
여부다.

성격상 아무래도 부도설에 민감한 제2금융기관들로선 벌써부터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협의회구성이 금융기관들의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재정경제원등의 "권유"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협약의 구속성"이
유효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아울러 협약을 위반하는 금융기관에 부과될 "위약금" 부담도 상당히 약한
편이어서 협약은 언제든지 깨질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은행등 금융기관들이 이런 문제점을 극복할수 있는 의지만 갖고
있다면 이번에 맺어지는 "금융기관 협약"은 부실징후기업처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