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제목만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내놓지 않아 구두선으로
그치는 경제정책이 많다.

"실질적인 생계비 안정" "기업준조세 폐지" "10대행정규제 획기적개혁"
"영세기업 여건 대대적 정비" 등이 대표적 사례로 사실상 구호에 가까운
목표를 마치 곧 시행할 시책처럼 발표해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종합대책에서 올 소비자물가상승률을 4.5%에서
4%로 낮추고 생활비와 사교육비 등 생계비를 획기적으로 절감시키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그간에 나온 것은 오히려 유가와 가스가격을 올렸을 뿐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는 대안은 거의 없다.

재경원은 그 뒤 열린 물가관련 장.차관회의에서 대형할인점 육성, 대단위
쇼핑몰 개발촉진, 병행수입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물가를 구조적으로
안정시키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 제목만 열거한 데 그친채 후속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재경원은 올연초 종합적인 준조세정비방안을 빠른 시일안에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오는 6월말에나 외국 사례검토가 끝날 예정이어서
연말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재정경제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총리실과 세계화
추진위원회까지 나서 행정규제개혁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립서비스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이들 기관은 금융 토지이용 공장설립 등 거의 비슷한 과제를 개혁과제라고
발표하고 있으나 행정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해야할 대상만 발표할 뿐
구체적인 관련법 개정시기와 개정방향에 대해선 소관부처에 넘겨 사실상
정해진 것은 많지 않다.

이밖에 재래시장의 상인과 영세소기업에 대해 상가나 공장 등을 쉽게
짓도록하겠다고 수시로 강조하고 있으나 늘 방향만 발표하는 실정이다.

또 최근들어서 명예퇴직과 조기퇴직 등으로 실업이 늘어나자 고용안정
재취업교육강화를 입버릇처럼 외고 있으나 이렇다할 대안은 마련된 게 없다.

경제계에선 "경제가 좋지않고 정책적인 지원수단이 제한돼 있는 상황일
수록 중요한 것이 정부와 정책에 대한 믿음"이라며 "거창한 구호를 동원해
분위기를 잡으려 드는 것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성실하게 실천하는 게 바로
불황타개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