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라 하더라도 저가제품만이 유일한 타개책은 아니다.

어설픈 가격 인하로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기 보다는 과감한 품질경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신한종합연구소 박영배 연구원은 "불황이 닥치면 실속형 소비성향으로 넘어
가지만 한편으로는 고급 브랜드를 찾는 수요도 여전히 늘어난다"며 "현재
한국의 소비시장은 가격파괴 상품과 최상급 브랜드라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품질 전략의 키워드는 기능개조 복합화 하이터치(High-tough) 등이다.

기능개조는 특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품목일수록 한껏 위력을 발휘한다.

국내 미니카세트시장은 양적으로 포화상태.

여기에 2만원짜리 초저가 소니제품까지 나와 있다.

그러나 지난해 미니카세트 최대 히트작인 LG전자 "아하프리"는 저가경쟁을
벌이지 않았다.

전자수첩기능 무선전화기식 충전방식 등 다양한 기능을 새로 첨가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

미니카세트치고는 고가인 16만원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시판에
나서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동시에 80%에 달했던 일본제품의 시장점유율을 50%이하로 뚝 떨어뜨렸다.

삼성전자의 "명품+1" TV도 화면의 가로비율을 더 늘리는 기능을 부가,
숨겨진 화면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었다.

그 결과 기존제품보다 고가임에도 히트상품의 대열에 올라설수 있었다.

제일제당의 즉석가공밥 "햇반"은 밥 한공기 분량에 1천원대로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다.

그러나 이천쌀을 사용, 밥맛이 우수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 해태 동양제과에서 경쟁적으로 내놓은 고급 기능껌들도 모두 고품질
전략의 산물들이다.

복합화는 기능개조와 비슷한 맥락이다.

두개 이상의 기능을 함께 묶어 하나의 제품으로 개발,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준다.

복합화는 설치공간을 절약해준다.

또 별도 구입할 때보다 가격이 낮아지는 이점도 따른다.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오븐과 전자레인지, 세탁기와 건조기, 복사기 팩스
프린터를 결합한 제품들은 불황에도 꾸준히 잘 팔리는 품목들이다.

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II"는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을
합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제품이다.

영화를 보고 즐기면서 영어를 배우자는 것.

지난해 시판 4개월만에 6만대 판매라는 좋은 실적을 올렸다.

또 하나의 불황기 돌파상품 키워드는 하이터치다.

한마디로 감각적인 터치로 튀는 제품들이다.

신세대 공략에 적합한 개념이다.

신세대의 소비지출은 다른 계층에 비해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다.

따라서 고감각지향은 불황기에 더욱 효과를 볼수 있다.

빨강 보라 파랑 노랑 등의 "컬러 팝콘"이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눈으로 마시는 맥주"라는 컨셉트의 OB맥주 "카프리"는 프리미엄급
맥주임에도 가파른 판매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참신한 감각에 호소했기 때문이다.

구름 달 별 등의 동양적 모티브에 여백의 미를 살린 "진태옥 넥타이",
부드러운 가죽에 심플한 디자인의 "쌈지" 가방, 다양한 디자인의 남성
액세서리 "놈"은 전반적인 부진을 면치 못하는 패션계에서 고감성 지향으로
성공한 브랜드들로 꼽히고 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