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는 다른 제품보다 한 발 빨리 시장을 주도해 나가야한다.

눈에 띄는 제품을 만들어 위축된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끌어당겨야
한다.

떠오르는 시장(Emerging Market)을 개척하는 스피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스피드전략의 키워드는 틈새시장, 역발상, 탐미주의등이다.

불황기에는 이미 나와있는 막강한 상품들마저 죽을 쑤고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비슷한 제품을 또 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해야한다.

틈새시장공략으로 성공한 사례는 음료부문에서 쉽게 찾아볼수있다.

콜라를 비롯한 청량음료, 오렌지주스등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지난해
웅진식품은 "가을대추"라는 전혀 새로운 전통음료를 내놔 크게 인기를
끌고있다.

해태음료의 "갈아만든 배"도 음료부적격 소재로 여겨졌던 배를 캔음료로
만들어 지난해 최대의 히트음료로 부상했다.

TV드라마인 "애인"이 크게 성공한 것도 20대에 편중됐던 멜로드라마소재를
30대에 맞춘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상품개발에서 숨어있는 소재발굴이 얼마나 중요한가
절실히 보여주었다.

"역발상"은 기업이 고객의 불편을 추적,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피자헛의 "치즈크러스트피자"는 지난해 피자업계에서 최대의 히트상품.

피자의 가장 둘레는 딱딱하고 맛없는 부분이다.

피자헛은 여기에 치즈를 넣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로
만들었다.

빙그레의 "뉴면"이 성공한 것도 라면 특유의 더부룩한 맛을 없앤다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MSG를 넣지않고 고급원료를 사용해 소비자들에게 깔끔한 맛의 라면이라는
인식을 주었다.

역발상은 특히 이미 시장이 커질대로 커진 성숙시장이나 소비자의 수요가
줄고있는 쇠퇴시장에서 크게 위력을 발휘한다.

일본 샤프의 "아와슈"세탁기는 세탁기높이를 10cm 낮춘 것만으로
히트상품이 됐다.

노인이나 주부가 세탁기에서 빨래 꺼내기에 무척 힘들어한다는 데착안한
것이다.

현대인들은 불황이라도 자기자신을 가꾸는데는 돈을 아끼지않는다.

이른바 "탐미상품"들은 불황기에도 히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표적인 예로 풀무원이 개발한 "풀무원다이어트"를 꼽을 수있다.

이 제품이 히트하자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제품들을 우후죽순격으로
내놓았다.

이밖에 가슴을 올려주고 받쳐준다는 남영나일론의 "볼륨업" 브래지어가
한달 평균 10만개씩이나 팔려나가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했다.

미국에서도 가슴크기를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이게하는 "뻥튀기
브래지어"가 대히트했다.

탐미주의는 여성전용이 아니다.

통신판매회사들이 최근 가장 재미를 보는 품목은 남성용 "키높이구두"다.

특수하게 설계해 5cm 가량 키를 높여 키작은 남성들의 컴플렉스를
다소 해결해준 제품이다.

대머리남성을 위한 발모제들도 히트상품의 대열에 올랐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