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좋은 시절 다 지났나"

PC업계가 불황의 문턱에 들어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1~2월중 PC판매대수는 31만7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만5천대에 비해 불과 3.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들어 매년 20%이상 고성장을 구가하던 PC시장이 지난해부터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올들어서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이 기간동안 판매된 데스크톱PC는 모두 28만7천대로 작년동기의
28만6천대와 비교해 별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학가의 폭발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노트북PC시장이 급성장해
그나마 체면치례했다는 평이다.

노트북PC경우 3만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9천대에 비해
58%가까이 성장했다.

또 시장추이도 1월에 1만2천대가 판매된 데 이어 2월에는 1만8천대가
팔려나가 수요가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이와관련 "전반적인 경기부진의 여파가 월간 PC판매
규모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16만6천대를
정점으로 올1월 16만1천대, 2월 15만6천대등 매달 3%씩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올2월의 15만6천대는 지난해 같은달 판매량(15만8천대)보다 적은
수치로 95년12월과 같은 수준이며 3월에도 이같은 동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C업계가 분석하는 판매부진의 요인은 대략 세가지.

첫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시화된 경기침체 국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96년 현재 PC보유대수가 6백만대에
달하면서 신규 수요가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번째는 올초 중견 PC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와 대우통신의
세진컴퓨터랜드 직영에 따른 여파가 시장규모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용산 나진상가의 유통업체 PC월드관계자는 "거의 모든 PC유통업체들이
일제히 파격세일에 돌입했음에도 지난해말부터 가시화된 판매부진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며 "PC판매가 보통 4~9월까지 비수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불황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따라 PC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2백만대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연초의 예측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제히 1백66 및 2백 제품을 주력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치열한 시장쟁탈전에
돌입했던 대형 PC메이커들의 올해 판매목표치 달성은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견 PC유통업체들의 부도에 따른 시장공백을 메우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IBM 대우통신 현대전자등 빅5 PC메이커들은
시장점유율면에서 2~5%포인트씩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군소 PC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수출에서도 지난해부터 성장이 주춤해진 세계 PC시장이 올해들어서도
밝은 전망이 나오지않고 있어 국내 PC업계는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