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체제에 맞게끔 사내 조직과 문화를 개조해 나가는 기업들이
늘고있다.

"마른수건 쥐어짜기식"의 톡톡튀는 경비절감 아이디어나 애사심과
책임감 고취를 위한 다양한 비책도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전사적인 "불황대응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기업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황극복 백태(백태)를 테마별로 소개한다.

[[ 불황엔 한군데로 모아라 ]]

<>현대자동차는 본부장급 임원들을 한 층에 같이 배치해 비서를 반으로
줄였다.

"이규제큐티브 플로어"방식으로 임원급 사무실을 변경한 것.

비용절감도 절감이지만 임원들을 한장소로 모아 시너지 효과를 노린
측면이 더 강하다.

이와 비슷하게 기아자동차는 각층마다 복사기 룸을 별도로 설치, 복사는
모두 이곳에서 하도록 했다.

복사기관리를 강화하고 사원들의 절약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조치다.

<>제일모직은 생산지원부서의 개인책상과 비품을 모두 없애고 특정지역에
모아 따로 관리하고 있다.

책상 21개와 파일박스 5개 전산디스켓 등 50여개 품목을 모았다.

"면책지역"에 모아진 부품은 리스트를 작성해 부서가 신설되거나
이를 필요로 하는 부서에 재배치한다.

<>삼성코닝은 개인별로 소유하고 있는 모든 사무용품을 부서공용
분류함으로 모아 부서원 전체가 공동으로 사용하게 했다.

공정 작업때 발생한 면장갑 마스크 등을 버리지 않고 공용분류함에
넣었다가 일괄 세탁한 후 청소나 기타 용도로 재사용함으로써 연간
9천만원을 절감하고 있다.

[[ 불황엔 담당자 이름을 붙여라 ]]

<>삼성그룹은 일정액수의 투자프로젝트에 담당 임원의 이름을 붙인다.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깨우쳐 주기 위한 것이며 장기투자일 경우엔
전배되더라도 이름이 따라붙어 명예와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아시아자동차는 차량과 부품에 작업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하는
실명제를 실시중이다.

부품은 물론 최종 완성차에도 조립자의 이름이 들어간다.

<>제일모직은 옷감만드는 직조공정에서 주문서를 전산입력할 때
배색책임자의 이름을 같이 입력시킨다.

배색 설계부터 마지막 검사까지 책임자가 명예를 걸고 해당공정을
완수하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삼성중공업은 모든 소모품에 개인의 이름을 부착해 개인 스스로
낭비요인을 제거하도록 했다.

조그마한 소모품에도 애착심을 키워 아끼는 마음이 들도록 하기위함이다.

[[ 불황엔 얼굴을 같이 맞대라 ]]

<>삼성물산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관련부서장이 한자리에 모여
결정하는 코사인(공동사인)제도를 시행중이다.

업무의 신속성 뿐만아니라 실행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

과거 3~4일 걸리던 결재과정이 즉시에서 결정돼 사업추진의 스피드를
노릴 수 있다.


[[ 불황엔 안쓰는 물건도 활용하라 ]]

<>제일기획은 "워시 & 워치"캠페인을 전개중이다.

사용하지 않는 시계를 깨끗이 수선해 불우이웃과 나누어 쓰자는
캠페인.

손목시계 탁상시계 등 전종류의 시계가 대상이 된다.

제일기획내 사회공헌팀에서 수거해 아동용은 고아원등에 성인용은
중국노동자단체 등에 증정했다.

기업이미지도 높이고 절약정신도 고취할 수 있는 캠페인인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주머니속에 굴러다니는 동전을 모금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무실 휴게실 등에 저금통을 설치해 남는 동전만 받고 있다.

실시한 지 일주일만에 50만원을 모아 불우이웃시설에 기탁했으며
사원들의 반응이 좋아 6월까지 연장실시키로 했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일자).